"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고향 떠난 푸바오

울음바다 된 푸바오 배웅길
'푸바오-사육사' 간 끈끈한 유대감으로 현대인 위로했다


국내 최초 자연번식에 성공한 판다 푸바오가 3일 11시쯤 에버랜드를 떠나 중국으로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 40분, 1354일간 지냈던 ‘고향’ 판다월드를 떠나 ‘제2의 판생’을 맞이하게 됐다.

특수 무진동차량에 탑승해 에버랜드 퍼레이드 동선을 지나 오전 11시 장미원 분수대 앞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6000여명 팬들은 푸바오를 배웅하러 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온 깃발을 흔들며 조용히 이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음에 예민한 판다 특성을 고려해서다.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는 마지막 편지를 낭송했다. 그는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푸바오, 제 2의 판생을 위해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네”라며 “검역을 받는 중에 번식기까지 잘 견뎌낸 네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이제 푸바오는 어른 판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다 해냈구나. 할부지는 대견스럽단다”라고 전했다.

“네가 새로운 터전에 도착할 때까지 할부지가 곁에 있어 줄게. 넌 어느 곳에서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야.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 푸바오 사랑해”라고 편지를 마쳤다.

편지를 읽은 후 그는 팬들에게 “잘 데려다주고 돌아오겠다”며 “푸바오를 잊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강 사육사는 전날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푸바오의 중국길에 동행했다. 푸바오와의 이별과 갑작스런 모친상을 겪게 된 강 사육사의 소식에 팬들은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간 푸바오가 ‘사람이 하진 못한 일’을 해냈다고 주장한다. 사육사와의 교감과 끈끈한 유대감으로 ‘의미 있는 관계’에 목마른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또 ‘있는 그대로의 진솔함’과 ‘유유자적한 일상’으로 경쟁과 압박에 시달리는 마음들을 어루만져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국민 삶의 질2023'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증가한 이후 2023년 33.0%로 낮아졌으나 코로나 19이전인 2019년 27.7%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날 배웅 행사 현장엔 AP, AFP, 신화통신 등 각종 외신과 국내 취재진 수십명이 몰렸다. 에버랜드는 SNS로 사전 모집한 고객들의 응원 메시지를 유채꽃 모양의 디자인에 담아 푸바오를 위한 꽃길을 마련했다. 120만 송이 봄꽃이 가득한 포시즌스 가든의 대형 스크린엔 푸바오 사진과 특별 영상이 상영됐다.

에버랜드는 지난해말 맺은 중국 CCTV와의 협약을 통해 푸바오의 중국생활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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