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세 수익률 미국의 절반…기업형 임대주택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선진국에서 흔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까? 우리나라와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전세가 아니라 월세의 형태로 임대를 놓는 것이 유리하다. 기업의 경우 전세로 놓게 되면 부채 비율만 높아지고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월세로 놓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월세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 월세 투자 수익률 2.59%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지난 1년간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아파트 값은 4억4628만원이고, 평균 월세보증금은 6521만원이다. 다시 말해 아파트 한 채당 평균 실투자금은 3억8107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평균 월세 가격은 82만2500원이니까 1년치 임대료는 987만원이다. 다시 말해 3억8107만원을 투자해서 연간 987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니까, 투자 자금 대비 임대수익률은 2.5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수 수익이 아니다. 임대료를 받는 대신 집이 망가지면 수리 등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 및 인건비 등을 제해야 순수익이 나온다. 결국 실질 임대수익률은 2.59%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업이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금리 평균치는 5.22%이다. 다시 말해 은행에서 5.22%에 자금을 빌려서 2.59%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거두는 자선사업(?)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 어떻게 활성화한 것일까? 임대수익률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30년간 미국의 집값은 월세의 205배 정도였다. 17년 정도의 월세를 낼 돈이면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집값이 싼 것이 아니라 월세가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 월세의 중간값은 200만원 정도이다. 이것도 집값이 싼 중부 지역을 포함한 수치이고, 집값이 비싼 서부 지역의 경우는 250만원 정도이다. 우리나라 월세의 세 배 정도 수준이라 하겠다.

205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집을 사서 열두 달 임대를 주면 연간 임대수익률은 5.85%가 된다. 우리나라 임대수익률 2.59%의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결국 미국의 경우는 월세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임대주택 사업 자체가 하나의 수익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월세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임대주택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주택 사업은 임대 수입만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이름만 임대 사업이지 수익은 시세차익으로 낼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정부 때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는 임대 기간을 비교적 짧은 8년으로 했던 것이다. 8년만 의무 보유하면, 그 후에는 분양을 하여 시세차익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LH에서 아파트 대지를 민간 기업에 팔 때 분양용 단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임대용 단지를 팔았다. 한마디로 뉴스테이 건설 원가를 낮춰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토교통부에서 제안한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사업은 의무 보유 기간이 무려 20년이다. 이는 20년 동안 시세 차익은 물론 초기 투자금도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의무 보유 기간이 길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이다. 임대주택 사업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해도 20년의 의무 보유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페널티가 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생각 외로 수익이 많이 나면 어찌될까?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회수하려 들 것이다. 이번에 법을 제정하여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는 영원히 종부세나 재산세를 면제한다는 규정을 넣는다고 하여도 의미가 없다. 20년이라는 의무 임대 기간 중 성격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부자세’나 ‘횡재세’와 같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서 기업의 수익을 회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익 낮고 리스크 큰 기업형 임대주택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이익보다는 손해가 날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리스크를 안고 투자해서 수익을 내더라도 나중에 그 수익이 환수될 가능성이 있다면 더더욱 투자를 꺼릴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정부에서 제시한 조건으로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 기업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임대 수요자, 즉 세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앞서 언급한 대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전세가 아니라 월세의 형태로 임대 계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월세를 원하는 세입자도 있지만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도 상당히 많다. 전세는 추가적인 임대료를 내지 않고도 보증금만으로 임대기간 중 거주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산 형성은 되어 있지만 수입이 적거나 거의 없는 은퇴 세대의 경우는 월세보다 전세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사업제도는 전세로 살고자 하는 수요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제도인 것이다.

거기에 기업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임대료 증액의 제한을 없앤다고 한다. 2년간 5% 증액 한도에 묶여 있는 임대차보호법에 구속되지 않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임대료 상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세입자에게는 좋은 품질의 주택에서 수준 높은 주거 서비스를 받으며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로 안정적인 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임대인에게는 임대료 증액 규제가 없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고 한다. 임차인을 위한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와 임대인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목표가 과연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전세 사기나 갭투자 문제가 발생한 것은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 임대 제도가 전세 위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세 제도가 퇴출되고 모든 임대를 월세로 체결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문제는 전세를 원하는 임대 수요도 있지만 임대 공급자라 할 수 있는 개인 임대주택 사업자들은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자금이 부족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개인사업자보다 자금력이 뛰어난 기업을 끌어들여 주택 임대 시장을 월세 위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 바로 정부의 의도라 하겠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대로 빈약한 수익 구조와 20년이라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 기업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민간 기업에 의지하기보다는 LH 등 공기업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직접 임대주택 사업을 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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