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앱’이 가른 모바일뱅킹 앱 경쟁…1등은 ‘토스뱅크’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서비스가 또 한 번의 거대한 물결을 앞에 두고 있다.

2000년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막 개화했을 때 이용자들은 잔액조회와 계좌이체를 손안의 휴대폰으로 할 수 있다는 데 환호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모바일뱅킹 앱 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막내 격인 토스뱅크가 쏘아 올린 ‘슈퍼앱’ 전략이 성공을 거두며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각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에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한데 모은 슈퍼앱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까지 가능한 비대면 금융 거래는 물론 생활 편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할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슈퍼앱이다.

여기에 삼성의 금융 앱 ‘모니모’도 경쟁 참여를 본격화했다. 은행 없는 통합 앱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KB국민은행과 힘을 합치면서 앞으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슈퍼앱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슈퍼앱 경쟁의 서막에서 첫 번째 지표가 될 모바일뱅킹 앱의 경쟁 우위를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는 모바일뱅킹의 중요성이 커진 2018년부터 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경쟁 우위를 분석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설문조사에서도 핵심은 슈퍼앱이었다.

각 은행 앱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우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나 간발의 점수 차는 슈퍼앱의 유무가 갈랐다. 슈퍼앱으로 개편한 금융 앱 서비스는 상위권에 자리한 반면 슈퍼앱이 부재한 금융 앱 서비스는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토스뱅크의 압도적인 승리다.

한경비즈니스가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양일간 5대 은행 앱 및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사용자 각각 150명씩 총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토스뱅크의 앱 ‘토스’는 ‘접속 인증 방식’, ‘비대면 금융거래’, ‘실행속도’ 등 조사 대상 7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 5점 만점 중 4.35점이다.

토스를 사용하는 150명의 주거래고객은 토스의 접속 인증 방식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5점 만점 중 4.56점으로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다.

‘세상에 없던 금융을 제공하겠다’던 당찬 막내 토스는 2021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토스 플랫폼에 토스뱅크를 앉혔다. 토스 플랫폼에 증권과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앉히는 ‘원 앱 전략’이었다.

당시만 해도 원 앱 전략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모험이었다.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 또한 카카오톡 및 카카오페이 플랫폼과는 별도의 앱에 카카오뱅크를 서비스했다.

토스뱅크 4년 차. 토스의 승부수는 강력한 편의성으로 이어졌다. 124만 명에 불과했던 고객 수는 2023년 말 888만 명으로 늘었다. 토스뱅크의 만족도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120명의 충성 고객은 ‘편리함’을 가장 많이 뽑았다. 모바일뱅킹 이용을 위해 생체인증의 별도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다른 앱들과 달리 토스에 등록한 생체인증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슈퍼앱 전략의 강력한 한 방이었다.

이 밖에도 토스뱅크는 자산 관리(4.35점), 실행 속도(4.35점), 상품 찾기(4.17점)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7개 부문 중 딱 하나 1위 자리를 놓친 건 ‘화면 구성’ 부문이다. 4.39점을 받아 카카오뱅크(4.44점)에 1위를 내줬다.

‘혁신의 상징’ 카카오뱅크는 아쉽게 종합 2위를 기록했다. 4.18점으로 1위 토스와는 0.17점 차다. 이용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은행, 증권, 보험은 물론 생활 전반의 편의 서비스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슈퍼앱 토스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7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토스뱅크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화면 구성에서는 8개사 중 최고점을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만족도를 묻는 주관식 질의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사용자 친화적 사용환경(UI)’을 제시한 이용자가 많았다. ‘원 앱 전략’으로 은행부터 증권, 보험 등 서비스가 한곳에 모인 토스 앱과 비교하면 꼭 필요한 뱅킹 기능만 담아 앱 화면에 구현한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구성’ 부문을 제외하면 ‘접속 인증’, ‘비대면 금융거래’, ‘상품 찾기’, ‘이벤트 및 혜택’, ‘실행 속도’, ‘자산관리’ 등 나머지 6개 부문에서 소수점 차로 토스뱅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1000만 사용자를 모은 모임회비 관리 통장인 ‘모임 통장’, 여유자금을 따로 떼 보관하면 단 하루만 맡겨도 연 2.00%의 이자를 지급하는 ‘세이프박스’ 등으로 혁신을 주도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그 안에서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슈퍼앱 전략의 부재가 1, 2위를 가른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한·하나 ‘슈퍼앱’ 상위…농협·우리 ‘준비 중’인터넷전문은행 양사가 5점 만점 중 4점을 가뿐하게 넘기며 선두 경쟁을 펼칠 때 2개사를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의 경쟁에서는 신한은행의 ‘슈퍼쏠’이 3.82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슈퍼쏠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 주요 그룹사인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앱 핵심 기능을 결합한 슈퍼앱이다.

이번 조사에서 신한은행은 실행 속도(3.93점)와 종합자산관리(3.72) 그리고 이벤트 혜택(3.44점) 부문에서 다른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간편이체’와 ‘신한금융 타사와의 연계’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용자가 많았다. 타행 계좌, 연금, 펀드, 카드, 보험 등 자산 관리가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신한금융 주요 그룹사 통합 앱 ‘신한 슈퍼쏠’을 출시한 효과로 보인다. 신한 슈퍼쏠은 은행 이체와 카드결제, 주식 투자, 보험 가입 등의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개별 앱 사용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편의성 및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하나의 앱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해 화면 구성이나 메뉴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로 인해 ‘상품 찾기’ 부문에서 3.61점을 받아 7개사 평균(3.78점)보다 낮은 점수를 얻었다.

‘절대 강자’ 신한의 뒤를 바짝 쫓은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은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다. 하나원큐는 지난해 3.65점에서 올해 3.80점을 받으며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과의 점수 차는 단 0.02점이다.

하나원큐는 특히 접속인증방식(4.24점), 화면구성(4.02점), 비대면금융거래(3.99점), 상품 찾기(3.66점)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8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통합한 슈퍼앱을 선보였는데, 하나카드의 대표 여행 플랫폼인 ‘트래블로그’가 큰 호평을 샀다. 트래블로그는 해외여행에서 필요한 결제와 환전을 하나의 앱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으로 최근 여행 필수품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국가대표 A매치 축구 입장권 예매서비스 등 비금융 서비스를 더하며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단, 앱에 많은 것을 담은 만큼 실행 속도 부문에서는 아쉬운 의견이 많았다. 부문별 평가에서도 3.70점을 받아 7개사 평균(3.95점)보다 낮았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총점 3.78점으로 시중은행 중 3위에 자리했다. KB스타뱅킹 역시 기존 은행에 KB금융의 6개 계열사 서비스를 앱 하나에 모은 슈퍼앱이다.

접속인증(4.21점), 화면구성(3.90점)에서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용자들은 ‘직관적’이고 ‘편리하다’는 의견을 다수 제출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이벤트’를 꼽는 이용자가 많았다. 이용자 A 씨는 “이벤트 참여가 거의 숨은그림찾기에 가깝다”는 의견을 냈다. ‘이벤트 및 혜택’ 부문별 평가에서는 3.42점으로 평균(3.49점)보다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앱 '모니모'의 활성화를 위한 제휴 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되면서, 향후 슈퍼앱 경쟁에서의 선전이 기대된다.

반면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과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는 각각 5점 만점 중 3.73점, 3.72점을 받아 하위권에 자리했다. 특히 지난해 5대은행 중 2위로 선전한 ‘올원뱅크’의 하락세가 컸다. 두 회사 모두 슈퍼앱이 아닌 은행 단일 앱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슈퍼앱의 부재가 평가 항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자산 관리 부문에서 각각 3.58점과 3.61점을 받아 평균(3.73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금융거래와 비금융거래의 혜택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이벤트 및 혜택 부문에서도 각각 3.21점, 3.17점을 받아 평균(3.49점)에 미치지 못했다.

양사는 현재 슈퍼앱 개편 작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올 11월 ‘뉴원뱅킹’으로, 농협금융은 내년 1월 ‘NH올원뱅크’로 슈퍼앱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의 참전…토스 대 모니모?2024년에는 은행의 슈퍼앱 경쟁이 보다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앱이 없는 은행은 슈퍼앱 출시로, 슈퍼앱을 보유한 은행은 서비스 고도화로 토스에 대적할 슈퍼앱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삼성의 금융 앱 ‘모니모’가 은행 없는 통합 앱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KB국민은행과 힘을 합치기로 하면서 앞으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슈퍼앱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 금융네트웍스는 최근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등 5개사에 협력을 제안했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2022년 선보인 통합 앱 ‘모니모’를 기반으로 시중은행과 함께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하반기 출시를 계획 중인 슈퍼앱 ‘뉴원뱅킹’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제안에서 빠졌다.

나머지 은행은 삼성과의 시너지 효과로 디지털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등은 압도적으로 많은 고객 수와 혁신금융 사례를, 하나은행은 디지털 협업 성과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은 '모니모'의 활성화를 위한 제휴 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KB국민은행을 선정했다고 4월 12일 밝혔다.

앞으로 삼성금융네트웍스는 KB국민은행과의 세부 서비스 내용을 확정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거쳐 연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의 김재우 금융 애널리스트는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도 모바일 금융 경험이 축적되며 이제는 단순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앱을 넘어 하나의 앱에 대한 수요가 촉발되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자 수요 변화로 금융사들의 모바일 원앱 전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금융 기능이 하나의 앱에서 실행 가능하고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원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플랫폼과 그렇지 못한 개별 앱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떻게 조사했나금융 소비자의 모바일뱅킹 앱 서비스 이용 현황과 인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분석 서비스 업체인 오픈서베이와 한경비즈니스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5~59세 금융 소비자 중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과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2개 인터넷은행의 모바일 앱 이용자 총 1050명(각 150명)을 대상으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이틀간 모바일 앱을 통해 총 9개 문항(객관식 7문항, 주관식 2문항)에 대해 물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비교우위 분석을 위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비교대상에서 제외했다.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사용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이번 설문에서 제외했다.

보다 정확한 설문 결과를 얻기 위해 설문에 참여하기 전 금융 소비자에게 7개 은행의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사용 중인 이용자만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다. 평가 대상은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신한은행 ‘신한쏠’, 하나은행 ‘하나원큐’, 우리은행 ‘우리원뱅킹’, NH농협은행 ‘올원뱅크’,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토스’ 등이다.

평가 지표는 인증 방식, 화면 구성, 비대면 거래, 상품 찾기, 이벤트·혜택, 실행 속도, 자산 관리 등 7개 부문이다. 실행 속도와 지문·안면·신분증 인식 등 인증 방식의 편의성을 물었다. 통장 개설, 환전, 상품 가입, 대출 등 비대면 금융 거래와 서비스 찾기, 상품 비교 등이 편리한지 질문했다. 이어 타행 계좌 조회와 연금·펀드·카드·보험 가입 등 종합 자산 관리의 편의성과 화면 구성의 직관성을 물었고 이벤트 혜택이 많고 참여가 편리한지도 질문했다.

응답자의 성별은 여성 529명(50.4%)·남성 521명(49.6%), 연령은 10대(10.9%)·20대(20.9%)·30대(23.3%)·40대(24.3%)·50대(20.7%)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80%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1.98%포인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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