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 3일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를 본 대만 내 생산 라인이 대부분 복구됐다고 5일 밝혔다. 다만 완전 복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도체 업계에 반사이익 가능성도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대만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날 밤 추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자로 웨이퍼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의 설비가 대부분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전날까지 TSMC가 밝혔던 생산라인 복구율은 80%였다. TSMC는 그러면서도 "지진 피해가 컸던 지역의 일부 생산 라인은 자동화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조정·보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TSMC는 지진 피해가 경미하다고 판단, 지난 1월에 발표한 연간 실적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TSMC는 "연간 실적 전망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여전히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연간 영업이익은 20%대 초중반(21∼26%)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TSMC 공장 내 EUV(극자외선)·DUV(심자외선) 노광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ASML 엔지니어들이 현지에 급파된 것으로 전해진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같은 노광 장비의 경우 미세한 진동 만으도 생산 설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매체는 "이번 지진으로 TSMC가 입은 피해 규모는 약 20억 대만달러(약 84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시설(팹)이 밀집한 대만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를 필두로 UMC, 파워칩, 이노룩스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의 D램 생산 공장도 있다.
TSMC는 대만 현지에 지난 3일 규모 7.2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하자 시설 조업을 일부 중단한 상태로, 자동화 생산 재개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린커우와 타이중에 있는 마이크론 D램 공장에서는 웨이퍼 불량과 일부 공정 라인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 HBM 등을 생산하는 마이크론은 이번 강진 영향으로 D램 가격 발표를 전격 연기했다. 지진 피해를 점검한 후 가격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대만 지진을 계기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선 중심이 TSMC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5일 '대만 지진,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계기' 보고서를 통해 "이번 지진에 따른 파운드리 생산 차질은 대만에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의 69%가 집중된 산업 구조, 즉 단일 공급망 리스크를 부각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최적 대안으로 부상해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