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이 입점 브랜드를 키우는 법[최수진의 패션채널]

W컨셉, 입점 브랜드 상품 스테디셀러로 만들기 위해 '펀딩 프로젝트' 진행
브랜드, 펀딩 프로젝트 통해 상품 인지도 사전 확인 후 재고 부담 덜어

마르디 메크르디는 꽃무늬 티셔츠,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전면 로고 티셔츠, 마뗑킴은 아코디언 미니백…. 인기 패션 브랜드는 누구나 하나쯤은 떠올릴만한 핵심 아이템을 갖고 있죠. 잘 만든 베스트셀러 아이템은 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토대로 작용합니다.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것은 모든 패션 브랜드의 꿈이기도 합니다.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게 참 중요하지만 쉽지 않죠. 작은 브랜드들이 홀로 대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액뿐만 아니라 시간도 충분히 투자해야 하거든요.

이런 브랜드의 애로사항을 듣고 하나의 전략으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인데요. 재판매 요청이 높은 인기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펀딩 프로젝트'를 도입했습니다. 입점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상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데요. 브랜드는 플랫폼을 소통 창구로 이용할 수 있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브랜드 육성을 통한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거죠.

이미 시작한 지도 꽤 됐습니다. W컨셉은 2018년 8월에 펀딩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재입고나 재출시 요청이 많았던 아이템을 선정해 사전 목표 주문 수량 세우고 주문량에 도달한 경우 그 수량만큼 상품을 제작해 배송하는 형태고요. 매월 첫째주에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오픈 후 길게는 10일 동안 주문을 받고 목표를 달성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주내 출고를 통해 한 달 안에 고객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재입고, 재출시 요청이 많은 상품을 대상으로 펀딩을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시즌 컬렉션 단위로 상품을 출시해 시즌이 지나면 해당 상품을 다시 찾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해 고객이 인기 상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둔 거죠.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상품 출시 전에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 다수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면, W컨셉은 디자이너 브랜드 생태계 특성에 맞게 재해석한 서비스를 선보인 셈이거든요.

고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브랜드는 지난 시즌 인기 상품에 컬러를 변경하거나 재출시함으로써 상품의 인지도를 확인하고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좋고요.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성이 보장된 아이템을 10~30%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플랫폼에서도 똑같이 판매하는 제품을 '펀딩'만으로 더 싸게 사는 겁니다.

실제 3월 1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W컨셉의 3월 펀딩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20여 개 상품의 누적 매출은 1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고객 반응도 좋다는 의미죠. 대표적으로 '제로스트릿'에서 선보인 스프라이트 니트는 주문 수량만 785개로 당초 계획 대비 40배 가까이 주문이 몰렸고요. 컨템포러리 브랜드 '리엘'에서 선보인 린넨 가디건을 펀딩으로 단독 판매해 주문량이 계획 대비 6배 넘어섰다고 합니다.

안지수 W컨셉 이노베이션 컨템포러리팀장은 "펀딩 프로젝트를 도입한 후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상품이 많아졌다"라며 "브랜드는 펀딩을 통해 고객의 수요 확인과 재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은 검증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패션업계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브랜드의 부담을 덜어준다니. W컨셉의 '펀딩 프로젝트'로 또 어떤 베스트셀러가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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