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이에서 별도 지참한 용지를 활용한 '투표 인증샷'이 인기를 얻고 있다. 캐릭터나 야구팀, 연예인 등 좋아하는 대상을 그려 넣은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10일 SNS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은 투표 인증 사진이 다수 게재되어 있다.
대표적인 인기 용지는 ‘망그러진 곰’ 캐릭터의 볼에 ‘연지곤지’처럼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외에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손에 도장을 찍도록 한 용지, ‘기아 ㅜ승’ ‘한화 ㅜ승’ 등 ‘ㅇ’ 자음이 들어갈 공간에 도장을 찍어 단어를 완성하도록 만들어진 도안 등 다양하다. 의도적으로 일부분 비운 그림에 기표 도장을 찍어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색 투표용지로 인증하는 문화가 급속도로 번지자, 직접 투표 인증 용지를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도 늘었다. 일부 인기 이모티콘 작가들도 팬들의 요청에 투표인증 용지 도안을 만들어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연예인 팬들도 포토카드를 이용한 투표 인증 사진 유행에 참여하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포토 카드를 투표소에 가져가 기표 도장을 찍는 것이다. 투표했다는 인증과 동시에 ‘덕질(특정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것)’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젊은 층의 이색 투표 인증 문화가 투표율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일 오전 X(옛 트위터)에는 '투표소 오픈런'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한 X 이용자는 “인증샷 찍고 싶어서 투표소 오픈런 했다”며 “1등으로 투표해 뿌듯하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해당 유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겨났다.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어 SNS에 게시하던 기존 인증 방식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금지되자, 별도 투표 인증 용지가 등장한 것이다. 이후 2022년 20대 대선, 올해 22대 총선에 이르며 이런 투표인증 방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투표인증 사진은 반드시 투표소 밖에서 촬영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개인이 별도로 가져온 투표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입구 등에 설치된 표지판·포토존 등을 활용해 투표 인증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