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정치 걱정을…” 코스피 끌어올린 ‘밸류업’ 어찌합니까 [총선 끝 경제는②]
입력 2024-04-12 08:24:45
수정 2024-05-07 14:06:35
[총선 끝 경제는②]
“여태까지는 정치(총선)가 주가에 영향을 거의 안 줬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정치를 걱정하게 생겼어요.”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여의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심판을 받은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였다.
연초부터 쏟아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법 개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강화 등 증시 관련 대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핵심 정책들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여당이 개헌저지선을 지켜냈고, 현재의 의석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향후 증시 향방에 총선 결과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① 밸류업과 부자감세“가장 우려스러운 게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우려는 1분기 코스피를 달군 밸류업 프로그램의 표류 가능성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등장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현 정부의 대표 증시 부양책으로 꼽혔다. 일본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을 본뜬 프로그램인데, 이를 통해 최근 두 달 새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야당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돼 차질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 선진화 주요과제 중 금투세 폐지, ISA 세제 혜택 확대, 배당절차 개선, 자사주 소각 유인 등 세법, 상법,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정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상장사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감면될 수 있는 세금에는 배당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이 포함된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4월 1일 낸 보고서에서 “여소야대 국회는 세제 혜택에 덜 협조적일 수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부유층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국내 기업의 지분 구조상 대주주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야권의 부자감세 반대론에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과세 조치 역시 국회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여당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액공제 조치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반대진영의 논리를 넘지 못한다면 입법은 요원하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10%포인트),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안 등 투자활성화 정책도 불투명해졌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업종의 주가도 선거 결과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가 나온 3월 하순부터 밸류업 관련 업종의 주가는 1월 말 이후 상승폭을 30~50%가량 되돌린 상황이다.
다만 아직 표류를 걱정하긴 이르다. 싱가포르의 타임폴리오애셋 매니지먼트의 한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정부와 규제 당국이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한국) 주식을 골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차 “금융당국의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도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심리적 변동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지만 변동성이 커진다 해도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여당이 100석 이상 방어했다는 점에서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쟁과 무관하게 지속되길 바라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여기서 흐지부지되면 주식시장에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② 도입과 폐지, 금투세의 운명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여당은 폐지를,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환매·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통합 과세하는 세제다.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무조건 발생 수익의 20%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반면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 체계는 상장주식을 거래해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보유 주식의 지분율(코스피 1%·코스닥 2%) 또는 시가총액(종목당 50억원)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1만5000명이 과세대상이지만 금투세 도입 시에는 이보다 10배 많은 15만 명이 과세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투세는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치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5년 초로 미뤄졌다. 당시 여야는 제도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하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야당의 협조 없이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주식 양도세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 사안)하면서 약속은 틀어졌다. 정부·여당은 2025년 시행 대신에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민생토론회에서 공식화했다. 총선 이틀 전인 지난 4월 8일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벤처와 스타트업계 청년 대표 및 임직원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상생의 자본시장을 위해 국민께 약속드린 금투세 폐지, ISA 혜택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초 “금투세 폐지는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감세이지 부자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9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상황에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1년 펴낸 예산정책연구에 따르면 금투세를 적용할 경우 세수는 약 1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초미의 관심사로 금투세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년 개인투자자 수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2020년부터 이미 예고된 상황인 만큼 총선 결과로 시장에 당장 급작스러운 충격을 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 증시에 부정적 재료인건 맞지만, 걱정만큼 한국 자본시장을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공매도와 글로벌 스탠더드6월 말로 다가온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감자’이지만 국회의 최우선 관심사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내 증시 전체에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위기 시에만 공매도 금지를 단행했기 때문에 해당 조치가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표심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매수해 갚아 차익을 보는 투자기법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거래는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와 적발 시스템 구축에 대해선 여야가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금지 해제 시기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4월 4일 공매도 금지에 대해 “최근 주식시장 외국인 투자가 느는 것을 보고 결국 우리 공매도 금지 정책이 옳았다”며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불법 공매도를 통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두 달 내에 구축이 가능한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월 이후 공매도 재개 가능 여부는 제도 개선 경과 등에 달려 있다”며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 또한 “우리 주식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 폐지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며 “확실히 불법 공매도를 통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가도 상관없지 않겠나”라고 강경 의사를 전했다.
민주당 역시 그간 불법 공매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22대 국회 출범 이후 시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현행 공매도 금지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공매도에 대한 원칙을 시스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공매도에 대한 재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6월 해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자율적인 시장 기능 측면에서 해제는 당연한 수순이란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에 반대의견도 많았고 해외에서는 공매도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 만큼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며 “총선 후 다시 논의를 거치면서 재고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여태까지는 정치(총선)가 주가에 영향을 거의 안 줬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정치를 걱정하게 생겼어요.”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여의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심판을 받은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였다.
연초부터 쏟아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법 개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강화 등 증시 관련 대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핵심 정책들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여당이 개헌저지선을 지켜냈고, 현재의 의석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향후 증시 향방에 총선 결과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① 밸류업과 부자감세“가장 우려스러운 게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우려는 1분기 코스피를 달군 밸류업 프로그램의 표류 가능성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등장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현 정부의 대표 증시 부양책으로 꼽혔다. 일본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을 본뜬 프로그램인데, 이를 통해 최근 두 달 새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야당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돼 차질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 선진화 주요과제 중 금투세 폐지, ISA 세제 혜택 확대, 배당절차 개선, 자사주 소각 유인 등 세법, 상법,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정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상장사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감면될 수 있는 세금에는 배당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이 포함된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4월 1일 낸 보고서에서 “여소야대 국회는 세제 혜택에 덜 협조적일 수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부유층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국내 기업의 지분 구조상 대주주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야권의 부자감세 반대론에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과세 조치 역시 국회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여당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액공제 조치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반대진영의 논리를 넘지 못한다면 입법은 요원하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10%포인트),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안 등 투자활성화 정책도 불투명해졌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업종의 주가도 선거 결과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가 나온 3월 하순부터 밸류업 관련 업종의 주가는 1월 말 이후 상승폭을 30~50%가량 되돌린 상황이다.
다만 아직 표류를 걱정하긴 이르다. 싱가포르의 타임폴리오애셋 매니지먼트의 한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정부와 규제 당국이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한국) 주식을 골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차 “금융당국의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도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심리적 변동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지만 변동성이 커진다 해도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여당이 100석 이상 방어했다는 점에서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쟁과 무관하게 지속되길 바라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여기서 흐지부지되면 주식시장에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② 도입과 폐지, 금투세의 운명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여당은 폐지를,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환매·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통합 과세하는 세제다.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무조건 발생 수익의 20%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반면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 체계는 상장주식을 거래해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보유 주식의 지분율(코스피 1%·코스닥 2%) 또는 시가총액(종목당 50억원)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1만5000명이 과세대상이지만 금투세 도입 시에는 이보다 10배 많은 15만 명이 과세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투세는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치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5년 초로 미뤄졌다. 당시 여야는 제도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하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야당의 협조 없이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주식 양도세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 사안)하면서 약속은 틀어졌다. 정부·여당은 2025년 시행 대신에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민생토론회에서 공식화했다. 총선 이틀 전인 지난 4월 8일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벤처와 스타트업계 청년 대표 및 임직원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상생의 자본시장을 위해 국민께 약속드린 금투세 폐지, ISA 혜택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초 “금투세 폐지는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감세이지 부자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9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상황에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1년 펴낸 예산정책연구에 따르면 금투세를 적용할 경우 세수는 약 1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초미의 관심사로 금투세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년 개인투자자 수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2020년부터 이미 예고된 상황인 만큼 총선 결과로 시장에 당장 급작스러운 충격을 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 증시에 부정적 재료인건 맞지만, 걱정만큼 한국 자본시장을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공매도와 글로벌 스탠더드6월 말로 다가온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감자’이지만 국회의 최우선 관심사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내 증시 전체에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위기 시에만 공매도 금지를 단행했기 때문에 해당 조치가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표심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매수해 갚아 차익을 보는 투자기법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거래는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와 적발 시스템 구축에 대해선 여야가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금지 해제 시기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4월 4일 공매도 금지에 대해 “최근 주식시장 외국인 투자가 느는 것을 보고 결국 우리 공매도 금지 정책이 옳았다”며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불법 공매도를 통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두 달 내에 구축이 가능한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월 이후 공매도 재개 가능 여부는 제도 개선 경과 등에 달려 있다”며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 또한 “우리 주식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 폐지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며 “확실히 불법 공매도를 통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가도 상관없지 않겠나”라고 강경 의사를 전했다.
민주당 역시 그간 불법 공매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22대 국회 출범 이후 시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현행 공매도 금지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공매도에 대한 원칙을 시스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공매도에 대한 재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6월 해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자율적인 시장 기능 측면에서 해제는 당연한 수순이란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에 반대의견도 많았고 해외에서는 공매도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 만큼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며 “총선 후 다시 논의를 거치면서 재고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