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 경제는③]
4월 10일은 결단의 날이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뿐이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총선 결과보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귀를 더 기울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득실로 인해 선거 결과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는 감안할 수 있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21대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투자심리, 업종·종목 흐름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CPI”라고 말했다.
CPI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 결정의 근거로 사용하는 물가·고용 관련 지표다. 미국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물가 지표인 만큼 2024년 세계 증시가 CPI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밤 9시 30분쯤 공개된 CPI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식품 및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2월보다 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3.8%로 변동이 없었다. ‘하락’을 예측한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임대료와 교통비가 상승하면서 CPI는 3개월 연속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장은 즉각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Fed의 금리인하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지배됐다.
미국 채권금리는 장기채 중심으로 10bp 후반, 중단기채는 20bp 이상 오르면서 전고점을 넘어섰다. 10년물 채권금리는 4.5%를 상회했고 2년물 채권금리는 5%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도 105p를 넘어서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 변동성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는 1% 전후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Fed가 양적 완화를 시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연말연시 시장을 지배한 ‘6월 금리인하론’이 깨지는 순간이다.
JP모간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3월 CPI 발표로 6월 금리인하에 대한 소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상황이다. 앞서 또 다른 핵심 지표인 고용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였다. 3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30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20만 명)를 넘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4월 8일 기준으로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48.3%로 3월 초 전망치(73.3%)보다 크게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Fed의 첫 금리인하 시기로 9월을 예상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연내 3회 금리인하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경고등도 반짝인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 4월 8일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의 혼돈을 높였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현재 미 주식과 채권 시장이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해 고평가돼 있다며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먼 회장은 “만약 장기채 금리가 6% 이상으로 상승하고 경기침체까지 수반한다면 은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금리가 2%까지 떨어지거나 8% 또는 그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매파 위원은 물론 월가의 전문가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연달아 표시하면서 증시는 한동안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 국채수익률은 상승하고 증시 상단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채 입찰 부진과 물가와 고용의 압력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위험의 임계점’ 부근까지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 FOMC의 금리인하는 9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라며 “당분간 끈적끈적한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된다면 회사채 등 시장금리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매파적 시각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은 9월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9월은 미 대선 전 열리는 마지막 FOMC 회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애널리스트는 “대선을 앞둔 9월에도, 대선이 끝난 직후인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연내 인하는 단행되겠지만 금융시장 입장에서 12월 인하 혹은 2024년 인하를 완전히 배제하는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애널리스트는 “Fed의 조기 금리인하 경계심리를 넘어 금리동결, 금리인상 언급이 나오는 만큼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잡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4월 10일은 결단의 날이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뿐이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총선 결과보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귀를 더 기울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득실로 인해 선거 결과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는 감안할 수 있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21대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투자심리, 업종·종목 흐름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CPI”라고 말했다.
CPI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 결정의 근거로 사용하는 물가·고용 관련 지표다. 미국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물가 지표인 만큼 2024년 세계 증시가 CPI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밤 9시 30분쯤 공개된 CPI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식품 및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2월보다 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3.8%로 변동이 없었다. ‘하락’을 예측한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임대료와 교통비가 상승하면서 CPI는 3개월 연속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장은 즉각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Fed의 금리인하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지배됐다.
미국 채권금리는 장기채 중심으로 10bp 후반, 중단기채는 20bp 이상 오르면서 전고점을 넘어섰다. 10년물 채권금리는 4.5%를 상회했고 2년물 채권금리는 5%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도 105p를 넘어서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 변동성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는 1% 전후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Fed가 양적 완화를 시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연말연시 시장을 지배한 ‘6월 금리인하론’이 깨지는 순간이다.
JP모간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3월 CPI 발표로 6월 금리인하에 대한 소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상황이다. 앞서 또 다른 핵심 지표인 고용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였다. 3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30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20만 명)를 넘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4월 8일 기준으로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48.3%로 3월 초 전망치(73.3%)보다 크게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Fed의 첫 금리인하 시기로 9월을 예상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연내 3회 금리인하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경고등도 반짝인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 4월 8일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의 혼돈을 높였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현재 미 주식과 채권 시장이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해 고평가돼 있다며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먼 회장은 “만약 장기채 금리가 6% 이상으로 상승하고 경기침체까지 수반한다면 은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금리가 2%까지 떨어지거나 8% 또는 그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매파 위원은 물론 월가의 전문가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연달아 표시하면서 증시는 한동안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 국채수익률은 상승하고 증시 상단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채 입찰 부진과 물가와 고용의 압력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위험의 임계점’ 부근까지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 FOMC의 금리인하는 9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라며 “당분간 끈적끈적한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된다면 회사채 등 시장금리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매파적 시각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은 9월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9월은 미 대선 전 열리는 마지막 FOMC 회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애널리스트는 “대선을 앞둔 9월에도, 대선이 끝난 직후인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연내 인하는 단행되겠지만 금융시장 입장에서 12월 인하 혹은 2024년 인하를 완전히 배제하는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애널리스트는 “Fed의 조기 금리인하 경계심리를 넘어 금리동결, 금리인상 언급이 나오는 만큼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잡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