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해외여행 대신 ‘식료품’에 플렉스하는 MZ


올해 미국 MZ세대가 선택한 사치품은 '식료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과거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비싼 음식점에서 외식하고, 디자이너 의류을 구입하며 과시를 즐기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집에서 음식을 먹는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사치란 자기만족이나 즐거움, 과시를 위해 필요 이상의 돈을 쓰는 행태를 말한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지난 2월 29일 발표한 ‘미국 소비자 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올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싶다'고 밝힌 품목은 식료품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41%·Z세대의 38%가 이와 같이 응답하면서, 식료품이 여행·레스토랑·의류·미용 등으로 구성된 13개 품목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또 MZ세대의 식료품에 대한 지출 의향은 다른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만 해도 베이비붐·X세대의 식료품 지출이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컸다. 당시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식료품에 각각 5,120달러, 4,357달러를 쓰는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식료품 지출 규모는 3,185달러에 불과했다.

맥킨지는 “외식 대신 집에서 음식을 해 먹겠다고 답한 이들이 지난해 말에 비해 늘었으며, 특히 MZ세대에서 변화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비 변화의 주 요인으로는 부모가 된 밀레니얼 세대의 증가가 꼽힌다. 가족을 위해 식료품을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건강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게 된 것도 큰 배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헬시플레저’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품질이 좋거나 값이 비싼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오하이오 출신의 한 밀레니얼 세대 여성은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전보다 더 자주 식료품점 쇼핑을 즐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고품질, 고가의 식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퀴드데스 제품/사진=아마존 판매 페이지 갈무리

프리미엄 생수를 판매하는 미국 스타트업 ‘리퀴드데스’가 대표적인 예다. 리퀴드데스는 생수 500ml 한 캔을 약 3.18달러(약 4,434원)의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젊은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출시된 리퀴드데스 생수는 지난해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생수 1위를 기록했다.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리퀴드데스의 소매 판매 수익은 2022년 1억 1,000달러에서 지난해 2억 6,300만 달러로 100% 이상 늘었다.

다만, 이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너무 많은 지출을 경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이전처럼 폭넓은 분야에서 돈을 펑펑 쓰는 대신 사치 품목을 선택해 소비하며 전체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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