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타격이 불가피한 경제정책 방향[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공고화하는 여소야대 정국, 규제완화 정책 타격 불가피
불리한 대내환경 속 정쟁보다 국가경제에 집중하는 22대 국회 돼야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많은 경제학자는 경제정책이 정치 논리에 의해 경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지나친 정치적 개입은 결국 시장경제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정책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정치의 전횡을 막기 어려운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국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민생경제법안들이 정치적 집단인 의회에 의해 결정되는 과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0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 정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들에 대한 타격이 커지게 되었다. 다음 달에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수많은 입법과제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7월에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재입법 절차가 시작되는데 기존 입법과제가 제대로 논의될지도 의문이지만 다시 논의하는 경우도 9월 이후에나 가능해질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감세와 규제완화 관련 정책들은 야당의 정치적 스탠스를 고려하면 입법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주택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주식시장을 붐업하기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 완화 등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동이 걸렸다.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 법안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거대 야당은 그 힘을 앞세워 부자감세와 재벌 특혜라는 프레이밍을 씌워 반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경제구조개혁을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관한 논의 등도 정치 스케줄을 고려하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란 디지털 경제에서 생존을 위한 산업구조의 전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세출 조정 등 끊임없는 개혁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데 과연 정치권에서 껄끄럽지만 미래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총선 이후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또 동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월 2.8%였지만 그 이후 두 달 연속 3.1%를 기록함으로써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여 금리인하를 은근히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정부가 총선을 의식하여 물가 조기 안정에 노력해 왔지만 채소와 과일값 등 생활물가 강세가 이어지며 물가상승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대응하게 될 경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디테일한 정책안으로 야당을 설득해야 하고 야당은 사안별로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어려운 경기가 제대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실리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쟁에 몰입해 경제 논리를 도외시하는 세력 과시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의 생활 수준 개선과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는 합리성과 실용성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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