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내 몸에 동물 장기이식 받을 수 있다"

찬성 이유 중 ‘난치병 치료 가능성 그 자체만으로 시도할 만하다’는 의견이 53.1%로 가장 많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는 ‘이종장기이식 치료’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본인이 이종장기이식 대상자가 된 경우엔 61.7%가 동의했다.

23일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이화여대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전국에서 19세 이상 56세 미만 17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71.2%가 이종장기이식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환자에 대한 치료법 적용에 대해 72.9%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치료 동의 사유로 ‘난치병 치료 가능성 그 자체만으로 시도할 만하다’는 의견이 5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간 장기이식의 한계를 보완할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가 21.1%, ‘동물의 생명윤리 이슈에도 사람의 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10.2%, ‘인류의 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4% 순이다.

반대하는 이유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비중이 45.4%였다.

응답자 가운데 이종장기이식을 위한 영장류와 돼지 실험엔 각각 78.9%, 78.0%가 찬성했다.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인 유전자 변형에 대해 찬성이 64.4%로 반대 31.3%보다 많았다. 또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종장기이식 시험에 대해서도 찬성이 69.0%로 반대(32.7%)를 앞섰다.

장기가 완전히 망가져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게 이종장기이식 치료는 마지막 대안으로 여겨진다. 해당 치료법과 관련해 가장 연구가 활발한 나라는 미국, 한국,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달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의료진이 바이오기업 e제네시스가 만든 돼지의 유전자 변형 신장을 말기 신장질환 환자인 62세 남성에게 이식했다. 해당 남성은 투석 치료를 지속할 수 없게 돼 장기이식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던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산시성 시안 공군의과대학 시징병원 의료진은 뇌사 상태인 50대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이식했다. 이는 인간에게 돼지 간이 이식된 첫 번째 사례로, 이식된 간은 담즙 분비 등의 기능을 수행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 1월 미니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까지 생존했다고 보고했다. 이식된 돼지 신장은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69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기업 옵티팜은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21일 생존기록을 달성했다.

국내에선 향후 5년 동안 380억원을 투입해 5년 내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신장, 심장, 간 등의 장기와 췌도, 각막, 피부 등의 세포조직을 이식하는 영장류 대상 비임상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막이식과 관련한 비임상 연구는 한국의 성과가 가장 우수하고, 임상화에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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