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대에 달해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23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전날(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4.85엔을 터치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4엔대 후반대로 떨어진 건 1990년 6월 이후 최초다. 이번 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지난주 미 중앙은행(Fed) 고위 관계자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발언을 계속 하면서 미일 금리차로 인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Fed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질 것이란 더 큰 확신이 생길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달러화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꺾이며 5개월 이래 최고치에서 하락했다.
또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도 엔화 매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일본 통화 당국의 엔 매수 개입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켈빈 체 뉴욕 BNP파리바의 상무이사 겸 미주 거시 전략 책임자는 “일본 재무부가 통화 펀더멘털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 즉 미국 국채 수익률이 너무 높아서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엔/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라면 일본 재무부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로 대비 엔화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 유로 당 엔화는 164.91~93엔에 거래됐다. 전날대비 엔화 가치가 0.8엔 하락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