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시즌 관전 포인트, 성장주 랠리의 확장 가능성[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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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연초 이후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면서 강하게 상승하던 글로벌 증시는 4월 들어 끈질긴 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Fed가 금리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물가’보다 ‘고용’ 더 걱정하는 Fed파월 Fed 의장은 4월 16일 “최근 지표들은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그런 확신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좋고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지금은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파월 의장이 인정했지만 이미 시장은 비슷한 생각을 가격에 반영해 놓고 있는 상태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폭 전망이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착점 전망치도 대폭 상승했다.

미국 단기금리(SOFR) 시장에 반영된 Fed의 기준금리 저점 전망치는 2023년 말 약 3.25%에서 현재 4.25%로 약 1%포인트나 높아졌다[그림1]. 2024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3.90%에서 5.10%으로 약 1.2%포인트 높아졌다.

Fed는 “경제가 급격하게 약해지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고용시장이 약해지는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반등 우려가 크지 않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통화긴축에만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통화완화 기대가 후퇴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물가보다 고용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Fed의 정책 기조가 확인되었고, 강한 성장이 뒷받침되는 적정한 긴축은 문제가 없다는 평가 등은 주식시장에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어렵다. 표면적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매우 강하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4개월 연속 20만 명을 상회했고, 3월에는 30만 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들이 흔들리는 징후도 함께 관찰되고 있다.

첫째, 의료서비스 산업의 구조 변화 때문에 의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는 영향을 배제하고 보면 교육·의료서비스를 제외한 민간의 신규 고용자 수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적다. 견조한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 증가가 경기가 좋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닐 수 있다.

둘째, 광의 실업률(U6)과 취약계층(16~24세, 아프리카계, 고졸 미만) 실업률이 반등하고 있고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셋째, 파트타임 종사자 수가 증가하고 풀타임 종사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고용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 증거다. 최근 테슬라 등 고용 축소 소식이 많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고용시장 위축’을 걱정하는 Fed의 경계심은 유지될 것이다.

이민자가 늘어나고 잠재GDP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성장률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지 않는다. 2023년 11월 FOMC 직후 파월 Fed 의장은 “경제가 만약 더 가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촉발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높은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높아진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동안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이민 등 노동력의 개선이 있었다. 공급망 경색도 완화됐다. 올해 2%를 성장하더라도 이는 높아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잠재GDP가 커지고 있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미하는 GDP갭(실제GDP와 잠재GDP 차이)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경제 전망에 필요한 인구 전망을 발표했다. CBO는 작년과 올해에 순이민으로만 연간 약 1%씩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높게 나타나는 GDP 성장률은 잠재GDP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GDP갭과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크지 않을 수 있다. CBO의 추정이 맞다면 작년부터 확인되는 강한 경제 성장세는 앞으로 2~3년에 걸쳐 더 나타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성장은 반드시 높은 인플레이션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펀더멘털이 뒷받침하는 미 증시금리인하 기대가 흔들리면서 미국 증시의 상승세도 주춤해졌지만 상승 추세가 꺾일 가능성은 낮다. 실적 펀더멘털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S&P500 이익 모멘텀의 저점과 주가 바닥은 거의 일치했다.

현재 컨센서스 기준으로 S&P500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022년 4분기에 저점을 기록한 뒤 올해 4분기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진행 중인 1분기 실적시즌은 이러한 이익 모멘텀 경로를 재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1분기 실적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1분기 이익 모멘텀이 현재 컨센서스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1분기 실적시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성장주 랠리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성장주다. 성장주는 뚜렷한 이익 모멘텀 우위를 보여줬다. 1분기 실적 컨센서스도 성장주 중심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주의 이익 모멘텀 우위는 1분기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성장주를 빅테크 상위 7개 종목인 M7(Magnificent 7)으로 압축해 M7과 S&P493으로 구분하면 M7과 S&P493의 이익 모멘텀 차이는 작년 4분기에 정점을 찍고 1분기부터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주(또는 M7)의 이익 모멘텀 하락은 가파른 성장 사이클 초입을 지난 뒤 안정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오히려 성장주에 쏠렸던 시장의 관심이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는 다른 업종으로 분산되면서 증시 상승의 영역이 광범위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까운 사례가 2021년 초에 있었다. 2021년 1분기 성장주의 이익 모멘텀 우위가 마무리된 뒤 성장주의 상대 주가는 약해졌다. 성장주 주가만 보면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았지만 경기민감주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주가 상승폭이 컸던 업종들은 대체로 이익 모멘텀이 가파르게 개선된 업종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업종은 유가 상승, 은행 업종은 대출수요 회복 흐름에 힘입어 이익 모멘텀이 반등했다. 2021년과 같은 기준을 현시점에도 적용하면 성장주 랠리가 어디로 확장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M7을 제외한 S&P493을 업종별로 나눠보면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이익 모멘텀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은 제약·생명과학, 미디어·엔터(알파벳과 메타 제외), 은행, 에너지, 소재 등이다.

특히 경기민감주인 은행과 에너지 업종은 2021년처럼 이번에도 경기 반등 기대를 바탕에 두고 있다. 에너지 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유가 상승에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업종 실적에는 대출수요 회복뿐만 아니라 작년 고금리 환경에서 위축됐던 비이자이익 부문의 반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KB증권 S&T부문 상무· 경제학박사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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