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있던 2000조 원을 활용하기 위한 비트코인 레이어의 등장[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4-05-01 14:20:08
수정 2024-05-01 14:20:08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수단 및 금융 시스템 탈중앙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기점으로 이제는 전통 금융권에서도 비트코인을 엄연한 하나의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힘입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37조 달러로 메타(구 페이스북)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자산 중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제한된 프로그래밍 기능과 보수적인 커뮤니티 문화로 인하여 비트코인 네트워크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결과 비트코인 내 대부분의 자본이 활용되지 못한 채 남아 있게 됐다.
이와 같은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비트코인이 보유한 막대한 자본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으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뛰어난 보안 및 탈중앙화는 활용하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프로그래밍 기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비트코인 레이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더리움의 사례가 알려준 방향성
가장 먼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프로그래밍 기능을 도입한 이더리움 역시 높은 수수료와 느린 트랜잭션 처리 속도로 인하여 초기에 확장성 문제를 겪었다.
이더리움 진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정산 레이어(settlement layer)로 활용하며 빠른 트랜잭션 처리 및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레이어 2를 개발했고, 그 결과 지금의 수십억 달러의 TVL을 자랑하는 이더리움 레이어 2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레이어 1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는 이더리움과는 달리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그 시작부터 보안과 탈중앙성을 우선시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같은 기능은 레이어 2에 반드시 의존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더리움보다 비트코인에서 레이어 2가 가지는 중요성과 의의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으며 비트코인 레이어가 충분한 개발을 이룬다면 이더리움의 성장 과정과 유사하게, 혹은 그보다 더욱 급속히 사용자들 사이에서 레이어 2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비트코인 확장성을 위한 주요 발전은 2017년 7월 실행된 세그윗(SegWit) 업데이트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업그레이드는 Weight Units를 도입하여 블록 크기 측정 방식을 개편했고, 이에 따라 블록 크기를 이전 1MB에서 4MB로 확장함으로써 비트코인 트랜잭션 효율성을 크게 향상하였다. 세그윗에 이어 2021년 11월 적용된 탭루트(Taproot)는 트랜잭션당 증인 데이터 공간의 최댓값 제한을 제거함으로써 더욱 빠른 트랜잭션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오디널스 등장, 수면 위로 떠오른 비트코인 확장성 문제
세그윗과 탭루트 등의 업그레이드가 현재 비트코인 레이어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되어주었다면, 2022년 12월 등장한 오디널스(Ordinals)는 대중들이 비트코인의 확장성과 기능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순서를 나타내는 수’라는 뜻을 가진 서수(ordinal)에서 기원한 명칭을 가진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가장 작은 단위인 사토시(satoshi)에 임의대로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해 낸 것이다. 오디널스를 통해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이더리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PFP NFT 컬렉션들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특히 오디널스는 트랜잭션 수수료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당시 1~3 sats/vB 수준의 수수료와 달리 오디널스가 크게 주목을 받았던 2023년 5월에는 20~500배의 급격한 상승을 기록했으며 2023년 12월에는 연초 대비 280%까지 수수료가 증가했다. 비트코인 트랜잭션 요청 수 및 수수료 증가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활동과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이에 비례하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낮은 확장성까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이에 따라 트랜잭션의 유연한 처리 및 안정적인 수수료를 보장할 수 있는 비트코인 레이어에 대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강조됐다.
(사진)오디널스로 인해 2023년 5월 최고치를 달성한 비트코인 평균 트랜잭션 수수료. 출처: ycharts 비트코인 레이어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지금까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대부분 레이어 1을 정산 레이어로 활용하고 그 위에 별도의 레이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 이후 비트코인 레이어는 이더리움 생태계 구조에 영향을 받아 레이어 2, 레이어 3,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규 비트코인 레이어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레이어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 위에서 글로벌 가상 머신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미 이더리움 및 솔라나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앞으로의 비트코인 레이어 2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제 비트코인 레이어는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에 근간을 둔 무신뢰 금융 시스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순간에 놓여 있다. 이더리움 시가총액 대비 이더리움 레이어 2의 전체 TVL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이며 이를 비트코인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비트코인 생태계에 약 14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에도 NFT 시장을 가져온 오디널스가 비트코인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말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진 오디널스 거래 규모는 솔라나 위의 NFT 거래 규모를 넘어섰으며 2023년 11월 한 달 동안에는 오디널스의 판매량이 500%가량 증가하며 가장 많은 거래 규모를 기록한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오디널스에 대해 증가하는 관심은 사용자들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프로젝트 측에서도 이에 발맞춰 트랜잭션 속도, 스마트 컨트랙트 호환성 및 확장성과 같은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비트코인 레이어 2의 증가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특히 디파이(DeFi)에서의 뚜렷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더리움에서도 디파이를 통한 자본 효율성 극대화가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듯 비트코인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비트코인에 잠재되어 있던 수많은 자본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례들이 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기관의 디지털 자산 및 디파이 상품 채택에 있어 선두주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1월 이루어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라 전통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러한 관심은 제도권상에 다양한 비트코인 기반 금융 상품을 등장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 디파이 생태계가 전통 금융과의 제도적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단순한 자본 투입 이상으로 비트코인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더욱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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