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날씨 양극화에 사회·경제적 피해 이어져
4월의 마지막 주말(28일) 이른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낮 기온 28.5°C였다. 30년간 집계된 서울의 4월 28일 평균 최고기온이 20.2°C인 것과 비교해 9°C 가량 높았다. 역대 최고로 높았던 서울의 4월 기온은 2005년 4월 30일로 29.8°C다.
기상청은 4월 더위에 대해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 속 강한 햇볓이 내리쬐면서 지면이 달궈졌다고 설명했다. 공기가 안정돼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한 공기가 계속 쌓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엔 이르거나 긴 무더위, 집중호우 등 극심한 날씨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상청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극화된 날씨로 피해를 계속해 겪고 있다.
‘때 이른, 혹은 때늦은 고온’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 °C로 평년 6.1 °C 대비 3.3 °C 높았고, 9월 평균은 22.6 °C로 모두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는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초가을 늦더위 현상도 나타났다.
기온 변동폭도 커졌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은 각각 상순에 기온이 크게 올랐으나, 중순부터 급격히 떨어져 기온 변동이 큰 상황이 반복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기상가뭄은 2022년(227.3일/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81.3일)부터 작년 봄철까지 이어졌다. 긴 가뭄은 지난해 4월 대부분 해소됐으나, 5월초와 말 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남부지방의 가뭄이 해소된 직후인 5월의 강수량은 191.3 mm로, 평년(79.3~125.5 mm)보다 많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여름철 집중호우도 심해졌다. 장마철 강수량은 전국 660.2 mm로 평년(356.7 mm) 대비 증가하였으며,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래 3위를 기록했다.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17.3일) 대비 28% 증가했다.
이런 기상현상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폭염 및 이상고온으로 인한 온열질환자의 수는 지난해 2818명으로 전년 1564명 대비 급증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감시체계 운영기간에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 평균 1625명 대비 73.4% 늘었다.
지난해 국내 주변 해역의 관측값 기반 해수면온도는 17.5 °C로 최근 10년 간 2021년 17.7 °C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연안역 고수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서해 연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역에서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 규모는 약 438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산림 부문에선 개화 특성의 변화가 관측됐다. 국내 최초로 식물계절 관측을 시작한 홍릉시험림 내 66종의 평균 개화 시기가 50년 전과 비교해 14일, 2017년과 비교해 8일이나 빨라졌다. 모감주나무, 가침박달, 회양목 등의 개화 시기가 20일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