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맨’ 이문구 대표 “칭찬 문화, 동양생명 변화의 핵심 키워드”

[인터뷰]


올해 3월 동양생명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문구 대표는 2015년 회사가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뒤 6년 만에 처음으로 발탁된 ‘한국인 CEO’다.

그간 중국계 최고경영자 체제를 유지한 동양생명은 지난 2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문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회사 측은 “보험업 본질에 충실한 경영전문가이자 다양한 업무에 대한 노하우·리더십 등을 갖췄고 급변하는 금융·보험시장에서 회사 건전경영 및 지속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4월 22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동양생명 사옥에서 한경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깨가 무겁다. 생각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달라진 CEO의 언어이 대표는 1965년생으로 한양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동양생명에 입사한 32년 차 ‘동양맨’이다. 동양생명에서 GA(법인보험대리점) 사업단장, 전략제휴팀장, GA본부장 상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영업부문장 전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동양생명이 1989년 창립되었으니 회사의 대소사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30년 넘게 재직했으니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도 나”라며 “제가 이제 해야 할 일은 후배들이 좋은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의 첫 공식 행보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CEO의 핵심 경영 메시지가 첫 행보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첫 행보는 임직원과의 면담이었다. 지난 4월 4일 취임식을 한 뒤 그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그날 이후 이 대표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각 팀별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하루에 10~15명씩 만나는데 모두 진행하면 약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임직원 한 명 한 명과 직접 소통하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회사와 조직을 위한 건의사항이나 의견이라면 그 어떤 작은 목소리라도 부지런하고 겸손하게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소통을 위해 대표 사무실 옆에 마련된 접견실의 인테리어도 새로이 했다. 기존의 직사각형 형태의 커다란 테이블 대신에 원형 테이블을 놓았다. 보다 가까이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그의 의사가 반영됐다.

소통을 주장하는 CEO는 흔하다. 하지만 동양생명에선 새롭다. 지난 6년간 CEO의 언어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였다. 이날 인터뷰에도 통역가가 배석하지 않았다. 통역사가 늘 함께했던 지난 CEO들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임직원 간 밀접한 소통으로 멀어진 마음을 한곳으로 모을 것”이라며 “청취된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동양생명을 건강한 기업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초우량 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우량 보험사 도약의 길 2023년 말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4.8% 증가한 2957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이다. 새로운 제도(KIFS17, K-ICS)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전략 덕분이었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보장성 APE는 건강 및 종신 등 보장성 상품을 확대하며 1년 전보다 79.4% 성장한 63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은 약 34.6% 성장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장기적 성장 발판인 25회차 보장성보험 유지율을 최근 3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상승률만 2.7%포인트다. 코로나19 등으로 보험업계에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이어지던 때 하락세를 걷던 동양생명의 반전 드라마다.

이 대표도 영업부문장 전무로 호실적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제는 선봉장에 서서 지속성장 및 수익 극대화를 실천해야 한다. 문제는 업황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불확실성, 저출산 및 고령화로 생보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영업부문은 질을 바탕으로 하는 양질의 규모의 성장을 목표로 영업의 핵심인 ‘좋은 상품’ 개발을 위한 시스템과 인력을 최우선으로 구축해 영업 경쟁력 극대화에 힘쓰고, 자산운용부문은 효율적인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시장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상품’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다. 그는 “회사가 적게 먹으면서 설계사한테 적정하게 주고 고객한테는 이득인 상품이 좋은 상품”이라며 “대신 회사의 손실은 질 좋은 상품을 많이 파는 것으로 메꿈으로써 규모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은 물론 고도화된 데이터 관리 및 예측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기반의 안정적 자본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리스크관리팀 산하에 ALM 파트를 신설했다.

그는 “임원 중심으로 신설된 ALM 협의체에서 2주마다 한 번씩 회의를 하고 금리 10bp 인상, 인하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시나리오별로 준비했다”며 “급변하는 시장과 규제 환경 속에서 최소화된 관리 오류와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전산 시스템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의 가장 큰 고민인 지속성장에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로 했다. 현재 생보사는 요양업이나 상조업 등 보험업 본연의 비즈니스 이외에 수익 창출이 가능한 다양한 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령층이 즐겨 찾는 병원이나 약국, 스포츠센터 등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상가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동양생명을 홍보한다면 설계사도 보다 쉽게 회사의 좋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브랜드 마케팅일 수도 있고 ESG 경영의 일환일 수도 있다.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가 생활 속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2년 차 동양맨의 과업
32년 차 ‘동양맨’의 마지막 과업은 긍정적인 기업문화 구축이다. 동양생명은 2013년 12월 동양그룹 계열분리 후 2015년 9월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고, 그후 안방보험이 다자(大家)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2020년부터 다자보험 산하가 됐다. 이때부터 툭하면 회사 매각설이 튀어 나왔다. 조직 내부의 동요와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필연적으로 따라왔다.

회사에 젊음을 바친 이 대표는 이 점이 못내 아쉽다. 그가 조직 내 소통과 상호존중을 통한 긍정적인 기업문화 구축을 강조하는 점도 이 때문이다. 긍정이 기업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칭찬 캠페인도 마련했다. 사내 게시판에 칭찬을 많이 한 사람에게 해외 연수 등의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개인에게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임기 동안은 꾸준하게 칭찬 캠페인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한 명의 CEO가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마음”이라며 “직원들의 마음을 잡는 게 제1의 목표이고 그 바탕 위에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이맘 때쯤이면 아마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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