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자녀가 개발한 오피스텔 미분양, 임직원이 계약하기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부동산 신탁사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시행사와 용역업체를 상대로 ‘갑’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용감독원은 ‘2024년도 업무계획’에 따라 부동산신탁사의 대주주 및 계열회사 등과 관련된 불법, 불건전 행위에 대한 집중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다수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PF대출을 바탕으로 한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은 초기 토지매입과 인허가 과정에 필요한 고리 단기대출인 브릿지론 단계에서부터 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대출기관을 주선하고 PF 구조를 자문,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건물 착공에 맞춰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부동산신탁사가 개발사업의 수탁자로 참여하게 된다. 부동산신탁사는 직접 개발비용을 조달하거나, 다른 곳에서 조달한 개발비용을 관리하면서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하게 된다. 특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시행사 등의 경우 본PF를 일으키기 위해 신탁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에서 부동산PF 관련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게 되면서, 부동산신탁사까지 검사를 확대하게 됐다. 2월에 진행된 이번 집중 건사 대상은 부동산신탁업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신탁사 대주주와 계열사들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시행사를 상대로 토지매입자금을 빌려준다는 명분으로 20여회에 걸쳐 1900억원 상당의 금액을 대여했다. 이자는 총 150억원이며 이자율은 평균 18%가량이었는데, 대여한 일부 자금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의 45%를 이자 명목으로 가져갔다.
일부 대주주와 계열사 임직원들은 분양대행업체 등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이나 법인카드를 받는 방식으로 45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대주주 자녀 회사가 시행한 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 및 계열사 임직원으로부터 45억원 상당 금전을 대여하기도 했다. 이들 임직원이 미분양된 오피스텔을 계약하면서, 오피스텔 분양율은 자금 대여 전후로 5.5%에서 10.2%까지 올랐으며 2024년 3월 기준 36.5%까지 급등했다.
회사 직원들이 개인소유 법인을 통해 시행사 등에게 25억원을 대여 또는 알선하고 7억원 가까이 이자를 받기도 했다. 이중 약정이율이 100%이거나 분할상환 고려 시 실 이자율이 37%에 육박하는 등 최고 이자율 제한을 위반한 사례도 있다. 일부 재건축 사업 담당 직원은 업무과정에서 얻은 정비구역 지정 일정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업지 내 부동산를 매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대주주 및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수사당국에 위법사실을 통보하고 관련 입증자료를 공유하는 등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