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이 안 되네” 암초 만난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

신세계그룹, SSG닷컴 확장 목적으로 외부 투자자 유치
FI와 계약 시 넣은 풋옵션 조항 이견 생기며 논란
합의 도달 못할 시 1조원 토해야 할 가능성도

사진=한경DB
신세계그룹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쿠팡에 시장을 내주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연결 기준)를 기록했고 3조원에 산 이베이코리아(현재 G마켓)는 2년 누적 적자만 976억원에 달했다.

전열을 정비할 사이도 없이 최근에는 SSG닷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에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투자금 1조원에 대한 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 당시 넣은 풋옵션 조항에 대한 이견이 생겼다. 투자자들은 SSG닷컴이 총거래액과 상장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주식을 신세계에 되사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약속을 지켜 당장 사갈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갈등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 1조 투자 유치”2018년 10월 신세계그룹은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벤처캐피털(VC) BRV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이 조 단위의 외부 투자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이 투자를 기반으로 온라인 신설법인(현재 SSG닷컴)을 만들고 물류·배송 인프라에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어피니티와 BRV캐피탈은 2019년(7000억원)과 2022년(30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했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당시 이마트 측은 이들 투자자에게 ‘풋옵션’(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에 주식 등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다. SSG닷컴이 의무 이행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투자자들의 주식을 사줘야 한다는 말이다. 매수 주체는 이마트와 신세계로, 이들은 각각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 FI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현재 양측은 풋백옵션 행사의 조건이 됐는지를 놓고 다투는 중이다. FI들은 투자를 집행하며 5년 후인 2023년까지 복수 IB로부터 IPO(기업공개) 가능 의견을 받거나 GMV(총매출액) 5조1600억원을 달성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신세계그룹도 이를 수용했다.

이 중 IPO 가능 의견과 총매출액 목표치를 달성했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 이마트 측은 ‘풋옵션 해소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SG닷컴 상품권, GMV에 포함?FI들은 SSG닷컴이 상품권을 활용해 눈속임을 했다고 주장한다. 직매입을 통해 올린 매출과 입점 업체들의 매출을 합산한 수치를 GMV 기준으로 설정했으나 SSG닷컴이 계약 기준에 없었던 상품권까지 합산해 GMV를 산정했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의 GMV(Gross Merchandise Volume)는 특정 기간 동안 플랫폼 내에서 일어난 모든 거래액을 뜻한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규모를 측정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도 GMV가 활용돼왔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2010년대 스타트업 수준의 이커머스(당시 주류 업체인 오픈마켓 중심)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1~2년 전부터 거래 취소, 환불 등까지 포함해 기업 규모를 과장하는 등 악용 사례가 나오면서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일부 플랫폼의 경우 거래 취소, 환불 등을 포함한 수치를 거래액으로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8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장치로 ‘SSG닷컴 상품권’을 처음 선보이고 연말까지 ‘3% 할인’을 적용했다. 일시적 혜택으로 5%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1만원권부터 100만원권까지 총 8종류의 SSG닷컴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권은 SSG닷컴뿐만 아니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의 모든 온·오프라인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 상품권을 신세계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할인 이벤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신유클 멤버십 확장 차원에서 한시적 3% 할인을 도입했다. 기간은 12일까지다.

FI들은 상품권 매출이 중복 계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객들이 SSG닷컴 상품권을 구매한 이후 SSG닷컴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매출이 중복으로 잡히기 때문에 상품권 매출을 빼면 GMV 요건 미달이라는 게 FI들의 입장이다.

신세계그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수청구권(풋옵션)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금융부채를 제거했다”고 공시까지 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이마트는 풋옵션에 대해 “풋옵션을 자기지분 매입의무로 보아 금융부채 5879억원을 인식하고 있다”고 명시했지만 지난해 이 입장이 ‘부채가 사라졌다’로 바뀌었다.

풋옵션 행사 예정 기간은 5월 1일부터 2027년 4월까지다. 양측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FI의 부담도 커질 수 있어 FI 측도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어피니티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1조원을 돌려주지 못하면 SSG닷컴을 매각해야 할 위험이 있다. 매수 주체가 SSG닷컴을 사들이면 이 가운데 1조원을 FI들이 우선 가져간다. 일각에서는 당장 1조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스타벅스의 일부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FI 측에서 지분을 추가로 받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매각 수순으로 이어질 경우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IPO, 노력했다 vs 의무 소홀IPO도 논란의 대상이다. 신세계그룹은 복수 IB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했다는 점을 상장 가능 의견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투자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SG닷컴은 2021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돌입했지만 2022년부터 이어지는 증시 부진 여파로 관련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SSG닷컴 외에도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상장을 연기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SSG닷컴 기업가치를 9조~10조원대로 추산했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쿠팡이 거래액 2배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을 고려해 평가한 금액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 경쟁 심화, 적자 지속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 직전 또는 직후 평가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코로나 엔데믹 수순을 밟으면서 소비자 수요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증감률 하락세를 기록하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커머스 점유율 상위 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고 SSG닷컴의 입지는 애매해졌다. 삼정KPMG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기반으로 사업자 점유율을 산정한 결과 쿠팡(24.5%)과 네이버(23.3%)가 1,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0.1%의 G마켓이지만 이는 G마켓, 옥션, SSG닷컴 등을 모두 합산한 점유율이다.

실적 개선 속도도 더디다. SSG닷컴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784억원을 기록했지만 10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누적 영업적자는 4509억원에 달한다.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내 상장에 나설 가능성도 작다. SSG닷컴 관계자는 “현재는 IPO와 관련해 새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