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못 쓰는 ‘그림의 떡’...가족돌봄휴가를 아시나요?

도입 10년 넘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
직장인 60%, 자유롭게 사용 못해
심지어 모르는 이들도 많아


가족돌봄휴가 및 휴직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제도를 모르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9%가 가족돌봄휴가 및 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4분기부터 분기별로 이 문항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59%는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가족돌봄휴가 및 휴직 제도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적 권리다.

법에 따르면 가족돌봄휴가는 연 10일, 휴직은 1년에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사업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휴가 및 휴직을 부여해야 하며,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률로 보장된 권리지만 직장인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장애로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하며 가족현황서, 가족관계증명서, 장애증명서, 형제들의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가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말해주면 제출하겠다”고 하자 회사 측은 휴직 신청 후 3개월이나 지나서야 “휴직이 정상적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A씨의 휴직 신청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김현근 노무사는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고, 심지어 현행법상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조차 없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제도 활용이 어려운 현실은 사업주들의 '일과 삶,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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