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거대금융기관 된 새마을금고, 규모 대비 내부 관리감독 부족
뱅크런 재발 막으려면 금감원 관리·인적 쇄신 필요해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서민금융기관이라 흔히 지칭되는 상호금융기관은 개인과 중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자 금융기관으로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그리고 새마을금고를 포함한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상남도의 5개 협동조합으로 시작해서 1973년 마을금고연합회, 1982년 새마을금고연합회를 거쳐 2011년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명칭이 바뀌었다. 보험회사, 캐피탈사 등을 인수하면서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온 결과 수신 규모가 260조원에 육박해 저축은행의 2.5배, 신협의 1.9배에 달하며 새마을금고 1288곳과 각 조합이 만든 지역 분소까지 포함하면 4000개가 넘는 지점이 있는 거대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처럼 외관은 크게 성장해 왔지만 내부 인프라와 관리감독체계는 그에 미치지 못해 금융기관으로서 문제 발생의 소지가 다분했다. 작년에 발생한 뱅크런은 이런 부조화가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지난해 7월 한 부실 금고의 합병 소식에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몰려들면서 18조원이 빠르게 인출됐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정부는 새마을금고 예금자를 대상으로 1인당 보호 한도 5000만원을 초과하는 원금 보장까지 약속하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도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1조원어치를 매입함으로써 급한 불 진화에 나섰다.

새마을금고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860억원의 5배가 넘는 48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조5573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1년 만에 약 20분의 1토막이 났고 전국 새마을금고 1288곳 중 431곳이 적자를 보였다. 연체율이 10%가 넘어선 금고가 무려 80곳이나 됐다. 그럼에도 경영실태평가에서 ‘취약’ 등급을 받거나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부실 우려 금고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6년간 85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피해액이 641억원에 이른다.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사기 등이 끊이지 않고, 남양주동부 새마을금고는 600억원을 담당 직원이 현장점검도 하지 않고 대출해 준 결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대출을 받아 이른바 ‘작업대출’ 의혹도 불거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1300개의 조합장이 투표해 당선되는 관계로 지역조합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쉽지 않다. 지역조합장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대출과 인사채용에 있어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더 이상 동네의 자그마한 상호협동조합이 아니다. 거대한 금융기관에 걸맞은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내부제도의 정비와 함께 극에 달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새마을금고 관리 부처를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전해야 한다. 농협, 수협, 신협 등의 서민금융기관이 모두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형평에도 어긋나고, 행안부의 10명 남짓한 관련 부서에서 지역 분소 포함 4000개에 달하는 금고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적 쇄신도 병행돼야 한다. 직원 100명당 임원이 85명이나 되는 기형적 조직구조로 인해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사와 예산에 막강한 힘을 가진 중앙회장의 권한과 임기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새마을금고에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해 서민들이 신뢰하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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