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돌파 직구족 반발에···삼일천하로 끝난 "해외직구 금지"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왼쪽 네 번째)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을 골자로 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를 금지하는 방침을 사흘만에 철회했다. 2023년 기준 연거래액이 6조7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직구족들의 강한 반발에 밀린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80품목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6월부터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4월 16일 정부는 ‘해외 직구 종합대책 TF’를 구성해 80개 품목 제품들이 KC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80개 품목에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완구 등 어린이용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생활·화학제품 12개가 포함됐다.

80개 품목의 금지 이유는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중국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7일 인천본부세관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38종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론은 이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이유는 이 방침이 사실상 개인의 직구 수입을 제한하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앞서 14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인적으로 혼자서 사용하는 물품의 직구를 금지하겠다”라고 했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비용, 절차, 시간을 들여 KC 인증을 받기는 사실상 어렵다.

해외 직구족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대책이 발표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를 모았다. 중국이 아니라도 미국·일본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단순 KC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개인의 구매를 막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를 반대하는 청원이 쏟아졌다. 취미나 수집 등 개인적 사용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부품, 케이블, 수리 부속 자재들을 소량 직구해 사용하는 이공계열 학생이나 사업자들도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에 지난 19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 브리핑을 열고 ‘KC인증 의무화’라는 사전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위해성 조사를 먼저하고 결과를 토대로 6월부터 문제가 있는 제품에 한해 직구를 금지하겠다”라고 결론냈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KC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니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KC인증의 실효성도 지적된다. 현재 인증은 같은 제품의 색상만 바꿔도 새롭게 받아야 하며 5년 주기로 전 과정을 동일하게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