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폭탄주에 빠진 미국 Z세대

사진=틱톡 게시글 갈무리

미국 Z세대 사이에서 ‘보그(BORG)’라 불리는 신종 폭탄주가 유행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CNN은 최근 Z세대가 보그 폭탄주에 빠져 있는 현상과, 이 문화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보도했다.

‘정신 잃게 만드는 분노의 갤런’을 뜻하는 보그는 1갤런(3.8L)짜리 혼합주다. 주로 대형 플라스틱 통에 보드카나 기타 증류 술과 각종 음료, 착향제, 전해질 분말, 물 등을 섞어 만든다.

기호에 맞게 술을 제조한 후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통 겉면에 자신의 이름이나 문구, 그림 등을 기재해 개성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술은 주로 미국 대학가의 야외파티에 등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질레니얼 진 편집장 사브리나 그리말디에 따르면 보그는 정글 주스의 새로운 버전이다. 앞서 5갤런(18.9L)짜리 음료 통이나 욕조, 싱크대에서 대용량 혼합 음료를 만들던 정글 주스 트렌드가 각자의 음료 통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트렌드가 SNS를 통해 빠르게 번지면서 보그를 마시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탬파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버지니아(가명)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올해 고등학교 수영장 파티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신만의 보그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이 보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측면이라며 “보그에 이름을 짓고 통에 이름을 기재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그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의 정신과 및 중독 의학교수 안나 렘키 박사는 “보그에 너무 많은 알코올이 들어 있어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량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젊은 층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일탈적인 행동을 SNS로 퍼뜨려 정상화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보그에는 보드카 등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3.2컵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일일 권장 알코올 섭취량의 17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렘키 박사는 “보통 사람의 간은 시간당 약 1온스(28.3g)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고, 알코올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 보그와 같은 혼합 술을 마시게 될 경우 간의 대사 능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매사추세츠 대학교 근처에서 개최된 야외파티에서 대학생들이 보그를 마시고,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28명이 구급차에 실려 간 적이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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