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조차 갚기 힘들다" 한국 상장기업 7개 중 1개 '좀비상태'

64개국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7번째로 높아
대기업 이자 지급 능력, 중소기업보다 하락 폭 더 큰 것으로 집계돼


한국 상장사 약 7개 중 1개는 좀비 상태다. 2년 연속 이자를 낼 돈도 벌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의 한계기업 비중(상장기업, 2000~2021 평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13.4%를 기록했다고 21일 한국은행이 보고했다.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중윗값인 11.6%를 1.8%포인트 웃돌았다.

IMF가 규정한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미만이며 레버리지비율(총부채/총자산)이 동종업계 중윗값보다 높고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2년 연속으로 이어간 곳이다. IMF는 한계기업을 ‘좀비기업’이라고 표현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이후 이런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석에서 우리보다 한계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난 6개국은 요르단, 키프로스, 그리스,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캐나다 등이다. IMF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상장기업은 한계기업 비중이 적은 경향을 보였으나 캐나다, 한국, 호주 등 다른 선진국의 경우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계기업화의 양상은 국가별로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예컨대 호주와 한국은 비상장기업 한계기업이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전날 내놨다. 보고서는 IMF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질적 저하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어 "일반 기업의 부채 비율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부채 규모 증가와 고금리 등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부채 상환 능력이 낮은 한계기업의 부채 비중이 확대되는 등 기업부채의 질은 다소 저하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이 중소기업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반 기업의 부채 비율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부채 규모 증가와 고금리 등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부채 상환 능력이 낮은 한계기업의 부채 비중이 확대되는 등 기업부채의 질은 다소 저하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정의한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곳이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전체 외부감사 기업 차입금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4.7%에서 2022년 17.1%로 늘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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