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보다 힘든 간병” 일본 기업, 돌봄 휴가 손 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직장에 다니면서 병든 부모님까지 병간호해야 하는 이른바 ‘비즈니스 케어러’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들을 고려한 일·가정 양립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결국 기업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25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돼 이들을 돌봐야 하는 비즈니스 케어러가 307만 명이 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 케어러들은 대부분 40~50대로 직장에서 한창 중요한 직책을 맡아 활동할 시기이기 때문에 병간호로 인한 이들의 경력단절은 기업 입장에서도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간병 등으로 쓸 수 있는 돌봄 휴가를 육아·개호(介護·간병) 휴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족 1명당 연 5일까지, 2명 이상일 경우는 연 10일까지 휴가를 취득할 수 있다.

이 이상으로 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기업 재량에 맡겼는데, 90% 이상의 기업은 법에 규정된 1명당 5일에만 국한해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이 돌봄 휴가를 늘리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이세이건설은 휴가 일수를 최대 연 15일로 기존 1.5배로 끌어올렸다. 유급 휴가로 인정하며 시간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동시에 2명을 간호해야 하는 ‘더블 개호’의 상황에서는 최대 20일 휴가를 취득할 수 있다.

가전제품 양판기업 에디온은 지난달부터 8시간 근무를 5~7시간으로 단축하는 간병 전문 단시간 근무 제도를 재검토했다. 원래는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병간호가 필요한 동안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폐지했다.

후지전기도 지난달부터 한 달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던 재택근무 규정을 개정, 사유가 간병에 해당할 경우 상한을 없애고 무기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돌봄 휴가 대책을 서두르는 것은 현역 세대의 간병 부담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경제산업성은 2030년 간병을 이유로 이직하는 사람이 11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9조엔(78조40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추산했다.

닛케이는 “간병은 육아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기간이 길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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