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즉석 복권이 큰 인기를 얻으며 품절 사태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현지 시각) CCTV 등 중국 외신은 즉석 복권 판매가 급증하며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 복권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청년들이 주 수요층으로 급 부상했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몹데이터 조사 결과, 지난해 중국 복권 구매자의 80% 이상이 18~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쑤성 쑤저우의 한 복권 판매점 직원은 CCTV에 “찾는 사람이 많을 때는 복권 구하기가 어렵다”며 “잘 되는 날에는 복권이 하루에 1만 8,000위안(약 336만 원) 정도 팔린다”고 전했다.
중국복지복권 관계자는 즉석 복권에 대한 시장 수요를 생산 및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 복권 부족 현상이 완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복권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복권 판매액은 총 1,494억 6,600만 위안(약 27조 9,7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억 4,200만위안(약 4조 6,117억 원·19.7%) 늘었다.
그중 즉석 복권 판매액은 389억 위안(약 7조 2,8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억 위안(약 3조 2,564억 원·81.4%) 증가한 수치로, 전체 복권 판매액의 26.1%를 차지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연말까지 즉석 복권 매출은 2,000억 위안(약 37조 4,42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CCTV는 이 즉석 복권 유행이 숏폼 영상 및 유명인의 파급 효과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SNS에는 매장별 당첨률 등 즉석 복권을 다룬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인기 영상들은 각 조회수가 100만 회가 넘어가며, 이들의 조회수를 모두 더하면 총 수십억 회에 이른다.
또 유명인들이 선보인 즉석 복권 다발은 SNS로 퍼져 나가 젊은 층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즉석 복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꽃다발처럼 꾸며 연인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슈퍼마켓부터 지하철 상가 등 복권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점도 복권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또 매장에서 구매한 즉시 당첨 확인 및 당첨금을 교환할 수 있다는 즉석 복권의 특징도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복권 열풍 현상이 경기침체 및 높은 실업률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월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젊은이들이 복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노동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벌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청년 실업률은 14.7%로 집계됐다. 전월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의 4월 실업률은 14.7%, 25~29세 실업률은 7.1%, 30~59세 실업률은 4.0%를 각각 기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