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액트지오 "동해 석유·가스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높다"

"성공률 20%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
"석유·가스 매장 입증 방법은 시추뿐"

울산광역시 앞바다 남동쪽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해상 광구 동해-1 가스전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만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한국을 찾은 가운데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아브레우 대표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직접 한국을 찾았다.

아브레우 대표는 "해당 유정에 트랩이 존재할 잠재력이 있고,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을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유망성을 보고 이미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가 실제로 매장돼 있는지 전망하기 위해서는 기반암, 저류층, 덮개암, 트랩 등 4가지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해 심해에서 이 같은 요소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시추를 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20%라는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이냐"는 질문에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 확률 20%는 실패 확률 80%라는 뜻"이라며 "5개 유망구조 중 한 곳에서는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했고 해당 프로젝트는 본 프로젝트의 2단계에 있는 상황"이라며 "아마 2단계가 마무리되는 즈음이 되면 몇 개의 더 많은 추가적인 유망구조를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호주 우드사이드 "韓 가스전 사업성 없다" 논란…정부 "사실 아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며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25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 예상 자원 비율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된다. 가스는 3억2000만~12억9000만 톤, 석유는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도출해낸 업체가 아브레우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미국 액트지오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시추 성공률은 20%로 추산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4월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 '시드릴'과 시추 계약을 체결했다. 최소 5개 이상 시추공을 뚫어야 부존 여부와 부존량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당 1000억원의 비용과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가 광구 유망성 평가 등 자문을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하지만 동해 석유·가스전 프로젝트 관련 신뢰성 논란도 존재한다. 지난 2007년부터 15년 동안 한국석유공사와 동해를 탐사했던 호주 최대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서 '사업성이 없다'며 철수한 곳 중 한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드사이드 보고서에는 "여기에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심해 5광구 철수 결정과 함께 캐나다, 한국, 미얀마 A-6 광구에서 공식 철수한 것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대해 일각에선 우드사이드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한 동해 석유·가스전 사업의 개발 가능성을 정부가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우드사이드가 2022년 7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2023년 1월 철수했다"면서 "이는 (우드사이드가)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개발기업 BHP와 합병하면서 기존 추진 사업에 대한 전반적 재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 추진하기 전 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마치 우드사이드가 유망구조에 대한 심층 평가를 통해 장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해석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액트지오의 사무실 주소가 가정집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아브레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액트지오의 주소지로 나와 있는 곳이 자택이 맞다"며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로서 컨설턴트의 어떤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업범위가 분석에 국한돼 규모가 작다.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스위스에 흩어져 있으며, 휴스턴에는 소수만 있고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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