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고통 어떻게 견디란 말이냐”...정부 정책에 ‘뿔난’ 산모들

“페인버스터·무통주사 중 하나만 골라야”
정부 마취 시술 선택권 제한 행정 예고에 산모들 반발

논란 일자 정부도 한 발짝 물러서
“산모들과 의사 선택권 존중하도록 개정”

서울 시내의 한 산후조리원. 사진=한국경제신문

보건복지부가 산모들의 마취 시술 선택권을 제한하겠다는 행정 예고를 해 산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복지부는 관련 내용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10일 행정 예고된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의 급여기준'을 조만간 개정할 예정이었다.

CWI는 일명 ‘페인버스터’로 불린다. 수술 부위에 직접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로 복부를 물리적으로 절개하는 제왕절개 수술을 거친 산모들에게 사용돼왔다.

페인버스터는 의료 일선에서 '무통 주사'로 불리는 자가조절진통법(PCA)과 함께 사용된다. 양 시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산모들의 통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무통 주사는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는 마약성 진통제다. 효과가 뛰어나지만 마약성 진통제인 만큼 구토나 두통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페인버스터에 대해 '병행 사용 비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보의연은 페인버스터가 충분히 안전성을 갖췄지만, 병행 사용되는 경우 통증 감소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는 지난달 페인버스터에 대한 급여 기준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기존의 페인버스터는 자가부담률 80%가 적용되는 선별 급여 항목이었는데, 신설된 기준에서는 부담률을 90%로 높이고, 무통 주사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만 급여를 인정하게 했다.

사실상 무통 주사나 페인버스터 중 하나만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산모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제왕절개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분만 방식이고, 산모의 통증 완화도 필수인데 정작 복지부가 산모 사후 관리에는 무심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2014년 38.7%에 불과했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22년 61.2%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산모들은 온라인상에서 “출산 앞두고 있는데 무서워서 애를 못 낳겠다”, “첫째 때도 페인버스터로 겨우 버텼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도 이를 실행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예고는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현재 제출된 의견을 듣고 해당 사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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