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자산건전성 저하’ 메리츠캐피탈에 2000억 지원 사격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금융타워. 사진=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이 발행하는 신주 400만주를 이달 17일 취득할 예정이다. 취득 규모는 총 2000억원이다.

메리츠캐피탈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메리츠증권이 인수하는 형태로, 메리츠캐피탈의 자본적정성을 제고하는 취지다.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변동은 없다.

더불어 메리츠캐피탈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브릿지론 등을 메리츠증권이 떠안는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대출참가계약 방식의 자산매각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3334억원(대출자산원금 기준) 규모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951억원을 외부 펀드에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되는 자산은 건전성 분류상 대부분 요주의 및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캐피탈은 유상증자와 별도로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메리츠캐피탈에 경고등을 켠 상태다. 나신평은 이날 보고서에서 "재무안정성 개선은 긍정적이나 최근의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여전히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2022년 말부터 메리츠캐피탈의 연체율과 요주의이하자산비율 등이 빠르게 악화하기 시작해 지난 3월 기준 각각 9.7%, 14.0%에 달한다고 짚었다.

이번 자산매각으로 메리츠캐피탈의 고정이하자산은 3월 말 기준 4512억원에서 1821억원으로 감소하고 고정이하자산비율은 6.9%에서 3.0%로 낮아지는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나신평은 "다각도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으로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2022년 이후 높아진 시장금리로 조달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건전성 저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재무구조 개선계획이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자회사 지원으로 인한 메리츠증권의 신용도는 부담 요인이나,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신평사는 내다봤다.

나신평은 "매입한 부동산 PF 자산의 대부분이 관련 사업장의 사업 성과가 저조하고 기존 요주의이하자산으로 분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번 자산매입은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비율을 저하시킬 것"이라면서도 메리츠증권이 기업금융(IB) 분야에서의 경쟁력과 손실 완충력을 보유하고 있고, 메리츠캐피탈로부터 매입한 자산은 사업성은 저조하지만 선순위 대출로 구성돼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이 메리츠증권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부연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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