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틈새시장을 노리고 아시아 음식을 팔았던 식료품점이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그곳을 더 이상 ‘민족’ 식료품점이라고 부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내 아시아 식료품점이 확장하면서 미국인의 식습관 및 미국 식료품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 내 인기를 얻고 있는 아시아 음식으로 신라면을 꼽으면서, 이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디자인된 한국 라면은 대학 기숙사부터 식품 잡화점, 월마트 및 틱톡의 필수품으로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1970~1980년대에 아시아인의 미국 이민이 급증하면서 H마트처럼 아시아 식료품을 취급하는 마트들이 생겨났다. 당시 이민자의 고향 음식을 판매하며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작은 마트들은 현재 전국 유통 체인으로 성장했다.
1982년 뉴욕시 퀸스 우드사이드의 한인 슈퍼마켓에서 출발한 H마트는 이제 미국에 90개의 점포를 둔 대형 식료품 체인이 됐다. 시카고에서 탄생한 인도 식료품점 '파텔 브라더스'와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둔 중국 식료품점 '99랜치마켓' 또한 작은 마트에서 대형 유통 체인으로 커졌다.
특히 H마트는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 7,600억 원)에 달하며, 지난달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쇼핑센터를 3천700만 달러(약 51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파텔브라더스는 미 20개 주에 52개 점포를 두고 있으며 2년 내 6개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99랜치 역시 11개 주에 62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
현재 H마트 고객의 30%가 비 아시아계 미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층 확장에 따라 식료품점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식, 영어로 기재한 재료 사용 설명서, 영어 안내 방송 등 변화를 주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아시아계 슈퍼마켓이 미국 내 식품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 미만이지만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크다고 봤다. 아시아 유통 체인의 인기 품목이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 체인의 진열 목록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H 마트 브라이언 권 사장은 “주요 식료품점 직원들이 H마트 매장에 와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인기 품목을 살피고 메모하는 것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농심 아메리카 케빈 장 마케팅 이사는 "아시아 식료품점이 없으면 미국 주류 유통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 내 슈퍼마켓에서 '아시아·전통음식' 코너 매출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약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또 서카나는 어떤 레스토랑과 요리책, 온라인 동영상보다도 아시아 식료품점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