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제가요·왜요”...‘3요 주의보’를 이겨내는 방법[김한솔의 경영전략]

[경영전략]


이른바 ‘3요’라는 말이 있다. 리더가 팀원에게 업무 지시를 했을 때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요즘 세대’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을 하기 싫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또는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다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금만 더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솔직해서’라는 답도 떠오른다.

지금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주니어 때 이런 생각을 가졌다.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의 업무 범위’가 아닌 것 같은데 시키는 일이 왜 없었을까. 다만 그땐 묻지 못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분위기였으니까. 그런데 요즘 직원들은 솔직하게 묻는다.

이 생각에 동의한다면 고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대체 요즘 직원들은 왜 이러는 거야?’라고 푸념할 게 아닌, 이런 직원의 질문에 리더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원래 회사에선 시키는 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하면 안 먹힌다. 이유가 필요하다. ‘3요’에 대한 세 가지 답변을 함께 찾아보자.
명확한 업무 내용 밝히기구성원이 ‘이걸요?’라고 묻는 이유는 그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다. 리더는 그 업무가 어떤 고민에서 시작이 됐는지, 조직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어느 정도인지 등 사전 협의를 통해 알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직원의 시야는 다르다. 아무 사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구성원의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리더의 구체적인 설명이다. 두 가지만 기억하자. 하나는 그 일이 시작된 배경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 업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리더는 최근 회사에 신규 고객 유입이 줄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직원에겐 그 정보가 없다면? 오히려 ‘지금도 고객 대응하느라 너무 바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리더가 괜한 일을 벌인다고 생각해서 ‘이걸요?’라는 질문을 할지 모른다. 배경을 알려줘야 그 일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그 일에 대해 기대하는 아웃풋 수준 밝히기다. 리더가 시킨 일에 대해 직원들은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을 갖는다. 리더는 간단한 시장 조사 자료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구성원은 몇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끙끙거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바쁜데 어려운 일 또 시킨다’는 불만을 줄이려면 리더가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알려주자.
당신이 해야 하는 이유, 적합성 알리기리더가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해줘도 구성원의 머릿속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걸 왜 하필 ‘내가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리더는 그 업무와 구성원과의 연결성을 짚어 줘야 한다.

이때 세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 구성원 개인과의 연결이다. 과거 해당 업무 분야를 수행한 경험이 있거나 평소에 관심을 보였던 일이라면 이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새로운 마케팅 방식 제안’이라면 “평소에 회의 때 아이디어 제안을 많이 해줘서 이번 프로젝트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는 식이다. 이를 잘하려면 평소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업무량을 근거로 한 설명이다. 직장인은 모두 ‘유한한 시간 자원’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우리 부서의 직원들이 적정한 업무량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 각자의 업무량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을 맡길 때 상대적으로 빈 시간이 있는 적합한 구성원에게 일을 맡길 수 있다. 이 과정을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니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까지만 말하면 아쉽다. 그래서 필요한 마지막 셋째는 리더의 지원 사항을 밝히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받은 직원이 ‘가뿐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평소 관심이 있었더라도, 그 일에 투입할 시간이 있더라도 걱정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게 리더의 지원 요소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리더인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걸 꼭 다 들어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도와줄 수 있는 건 기꺼이 힘을 보태고 그렇지 못하는 영역은 솔직하게 말해주자. 중요한 건 리더가 구성원에게 일을 그냥 던졌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기대 효과, 이득 설명하기이 일을 왜 하는지, 그리고 내가 적임자라는 것까지도 이해를 했다면 일에 더 몰입하도록 하는 한 가지를 덧붙여 보자. ‘3요’ 중 마지막 “왜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조직의 성과 달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업무를 줄 때에도 그 결과물이 조직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해 주는 게 좋다. 앞의 ‘신규 마케팅 아이디어’가 구현되면 회사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고 신규 고객 유입으로 매출이 늘어날 수 있음을 알리는 식이다.

꼭 대외적인 성과만은 아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해야 한다면, 이로 인해 다른 동료 혹은 타 부서가 얻게 될 혜택과 긍정적 변화가 뭔지를 알려줄 수도 있다. 나의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그려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구성원 입장에서는 큰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나 자신’에겐 별로 득이 될 게 없다고 여겨서다. 그래서 한발 더 나아가 구성원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알려주면 좋다. 혜택이라고 해서 ‘평가’나 ‘보상’처럼 직접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업무 경험을 통한 성장 기회, 조직에서의 평판과 같이 무형의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구성원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것을 고민해 보자.

리더로서 ‘일 하나 시키는 거 참 힘들다’는 푸념이 들지 모르겠다. 그런데 리더의 역할은 일을 시키는 게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리다. ‘3요’의 질문을 해결해 주는 설명을 통해 구성원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게 리더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일이 잘되게끔 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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