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보다 합정?" 20대부터 넥타이부대까지 다 잡은 마포 상권[마포구의 비밀③]

1분기 매출액, 서교동>성수동
마포구 상권, 넓게 분포돼 동네마다 특성 뚜렷해
'마포 감성' 유지하는 합정·망원
개발 호재로 새로 태어난 공덕·대흥·신수 상권

[커버스토리 : 마포구의 비밀③]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 인근 경의선숲길 상권./이승재 기자

마용성이 서울 아파트값만 주도한 게 아니다. 2010년대부터 트렌드를 주도한 상권 역시 마용성이 이끌었다. 공식이 있다. 상권이 먼저 성장하고 부동산이 들썩인 건 그다음이었다. 그중에도 마포구는 가장 오랫동안 젊음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에는 신촌이, 1990년대부터는 홍대가, 2000년대 들어서는 상수와 합정으로 젊음과 활기가 번졌다.

이후에는 연남동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공덕 재개발 이후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따라 공덕역, 대흥역 상권도 부흥했다. 공덕역~마포역 인근의 도화동과 용강동은 여의도와 마포구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을 기울이는 법인카드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합정동 주택가는 지금 가장 뜨거운 동네다. 골목 골목은 20대로 붐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AI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합마르뜨’라 불리는 합정역 7번 출구는 지난해 20대 결제 비중이 가장 높은 골목상권이었다.

이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홍대와 합정, 상수 상권 중심의 마포구가 2023년 20대가 주말 외식을 위해 자주 찾는 지역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울 강남구, 3위는 서울 종로구였다. 성수동, 한남동, 용리단길이 떴다지만 서울 상권의 전통 강자였던 마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2019년과 비교해 4년 동안 소비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 역시 마포구였다. 2위는 더현대서울이 있는 영등포구, 3위는 맛집과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성동구였다.

‘1인 가구’ 역시 마포구를 설명하는 단어다. 마포구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48%로 서울 평균(36.8%)보다 높다. 마포구에 개성 있는 ‘동네’ 상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홍대앞’에서 ‘범홍대상권’으로 번진 활기마포구 상권이 오랜 기간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마포구 상권 대부분이 한강을 끼고 있고 경의선 숲길,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등 다양한 공원이 조성돼 있다. 거기다 여의도, 광화문, 용산 등 서울 주요 지역과의 거리가 가깝다. 마포구를 지나는 지하철만 2호선,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5개 노선이 지난다.

더 큰 특징은 상권이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고 상권별 특징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뜬 상권은 범홍대상권으로 불리는 서교동이다. 홍대앞은 1990년대부터 음악, 미술, 출판의 성지였다.

특히 이 시절 홍대앞은 한국 록의 시작을 연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서식지였다. 록 음악 전용 감상실 ‘드럭’에서는 크라잉넛 등 언더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졌고 1992년 개점한 ‘스카’는 록카페형 댄스클럽의 시초가 됐다.

2000년대 들어 홍대의 유흥 문화는 록카페에서 ‘클럽’으로 진화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클럽 문화가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선정됐다. 이듬해부터 시작된 ‘클럽데이’는 홍대앞 거리의 밤을 지워 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먼저 일어난 상권 역시 홍대앞이다. 사람이 몰린 곳에는 곧 자본도 몰린다. 자본이 덮친 거리는 임대료가 오르고 이를 버티지 못한 1세대 예술가들이 떠나며 곧 도시의 특색도 사라진다.

2000년대부터 2010년까지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계기로 홍대앞을 지키던 독특한 카페와 대규모 클럽들은 상업적 자본과 만나게 됐다.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의 개통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나자 홍대앞을 수식하던 ‘인디 감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홍대앞이 가지고 있던 문화는 다른 상권까지 확장된다. 1990년대 ‘홍대앞’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입구부터 홍익대 정문까지 가는 길이었다면 2020년대 ‘홍대앞’은 합정역, 상수역, 망원역을 아우르는 서교동으로 넓어졌다.
1분기 매출액, 성수동보다 서교동이 높아서교동의 매력은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히 마포구의 대장 격 상권이다. 올해 1분기 서울시 상권분석데이터에 따르면 마포구 전체 동네 중 올해 1분기 매출이 가장 높았던 상권은 서교동이었다.

서교동은 1분기 매출액 3311억원을 기록했다. 성동구에서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는 성수2가 3동(1239억원), 성동구 성수1가2동(939억원), 성동구 성수2가1동(736억원)보다 매출이 높았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 7번 출구 인근 상권./김기남 기자
서교동이 아닌 합정동과 망원동 상권은 여전히 ‘마포’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골목 골목을 따라 조성된 특색 있는 카페와 맛집, 편집숍을 발견하는 재미다. 합정동은 합정역 7번출구와 8번출구 인근 상권을 아우른다.

예쁜 단독주택 거리와 가로수를 따라 조성된 매력적인 가게를 찾아온 2030세대로 여전히 붐빈다. 특히 합정역 7번출구에서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합마르뜨’ 상권이 최근 몇 년간 합정동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망원동은 2000년대 초까지 상습침수지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값싼 임대료에 망원동에 자리 잡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늘었고,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어 대규모 개발호재가 없던 것이 오히려 망원동 상권의 매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경의선 숲길 들어서며 전성기 맞은 신수·공덕·대흥공덕역과 대흥역은 반대로 개발의 덕을 봤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현동~공덕동을 아우르는 마포 일대는 오래된 저층 단독·다가구주택이 밀집했지만 최근 10여 년간 대단지 아파트와 숲길, 상권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바뀌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해 줄줄이 들어선 브랜드 아파트 단지와 생활 인프라는 공덕동을 한국의 대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지금은 서울 대장주가 줄줄이 들어서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 시장 장기 침체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경의선 숲길 조성 사업이 추진된 후 2012년 1단계(신수·공덕·대흥 구간), 2015년 2단계(연남·염리 구간), 2016년 3단계(창전~원효로 구간)까지 완공되자 주거 환경이 뛰어나고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운 입지에 공항철도까지 품고 있는 공덕동 일대가 부각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재개발 이후 깨끗하게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따라 작지만 개성 있는 맛집과 카페가 들어섰고 새롭게 지어진 주상복합에 입주한 가게들 역시 공덕동, 대흥동 상권에 활기를 더했다.

공덕동에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갈매기 골목과 술집, 먹자골목이 자리 잡은 도화동 상권이다. 공덕역 뒤편이 위치한 도화동 상권은 마포삼성, 도화현대1차, 도화현대홈타운2차, 도화3지구우성, 마포동원베네스트 등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어 주민과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은 곳이다.

마포역 뒤편에 자리 잡은 용강동은 직장인들의 성지다. 램랜드, 조박집, 마루심 등 오래된 동네 맛집이 먹자골목에 가득 들어서 있다. 법인카드의 힘일까. 용강동은 1분기 매출액 856억원을 기록해 마포구 전체 상권 중 서교동에 이어 매출액이 두 번째로 높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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