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진(ZYN) 열풍이 불고 있다.
진은 연초 담배가 아닌 정제된 순수 니코틴 파우치다. 잇몸이나 입술, 뺨 안쪽에 넣어 20분~1시간에 걸쳐 니코틴을 흡수하는 방식이라 한국에서는 이른바 ‘잇몸 담배’로 불리고 있다.
니코틴 파우치 15개가 들어가 있는 한 통 가격은 5달러(약 6,900원)로, 시중에서 평균 8달러(약 1만 1,000원)에 판매되는 궐련 담배보다 저렴하다. 또 민트와 감귤, 계피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맛과 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기가 나지 않아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10대부터 진을 사용하는 이들이 수십만 명에 달하며, 진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은 숏폼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Z세대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진을 종류별로 구비해 놓은 모습이나 진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 등 진과 관련한 콘텐츠만 촬영해 올리는 일명 ‘진플루언서(진+인플루언서)’까지 생겨났다.
앨라배마주 소재 대학교 학생인 래치 포드는 구독자 4만 3,000명을 보유한 틱톡 진플루언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3년 전 친구가 연달아 강의를 들을 때 집중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해 처음 진을 시작하게 됐다”며, “실제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고, 그때부터 진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진의 매출은 2019년~2022년 사이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진의 제조업체 스웨디시 매치의 모회사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거의 8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포춘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진을 포함한 경구용 니코틴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 7,50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진 역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21세 이상 성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진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23 미국 전국 청소년 담배 조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약 1.5%에 해당하는 청소년 40만 명이 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의 비율(1.6%)과 맞먹는 수치다.
이에 FDA 담배 제품 센터 브라이언 킹 소장은 “FDA는 청소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니코틴 제품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이러한 제품 사용을 계속해서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담배 기업들은 니코틴 파우치가 호흡기질환 발생 확률이 낮다고 말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 또 니코틴 파우치 역시 니코틴이 몸에 흡수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니코틴 중독에 빠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