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효율 경영’ 앞세워 초고속 성장[2024 100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
약력: 1963년생, 한성고, 서울대 경영학과, 2001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 상무, 2005년 삼성증권 캐피털 마켓사업부 상무,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2013년 메리츠금융지주 사장,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 2018년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부채부문장(현)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실용주의자이자 퍼스트무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해 얘기할 때 늘 따라붙는 꼬리표다. 그는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늘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왔다. 이런 혁신을 앞세워 그는 경영권을 잡은 회사마다 뛰어난 실적을 거두게 하며 이 같은 별명을 얻게 됐다.

1세대 채권운용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각자 대표이사로 최희문 부회장과 함께 중소형증권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을 업계 최상위권 회사로 변모시키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3년 9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어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 대표이사까지 겸임하며 메리츠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 역시 김 부회장 취임 이후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 업계 3위로 도약했고, 2023년엔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이익을 올렸다. 압도적 비은행 금융지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을 넘어 4대 은행 금융지주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그가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영까지 지휘하게 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의 ‘효율 경영’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 ‘원 메리츠’로의 전환이 꼽힌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그룹 내 3개의 상장사가 있는 체제에서 내부통제, 법규준수 등의 이슈로 핵심 투자기회를 놓치거나 중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의 어려움이 겪었다. 계열사 임직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제약이 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내부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한 것도 김 부회장이었다. 지난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 모범적 거버넌스의 표상이 됐다. 물론 여기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대주주 지분율 50% 이하’를 감수하면서도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토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완벽한 금융지주사 형태를 갖춘 메리츠금융지주는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바탕으로 사업 대부분의 권한을 계열사에 맡기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CEO다. 메리츠금융은 2025년 말까지 순이익 50%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런 내용을 알리기 위해 최근 금융권 최초로 일반 주주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2025년까지 내부투자수익률을 제외한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과 현금 배당 수익률 간의 경합을 통해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주주환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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