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에 독후감·달리기 실적 반영한다면?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수년 전부터 직원들 소양 쌓기 위해 독후감 작성 권장
일부 직원들, 독후감 작성·달리기 앱 지시에 부담
6월 30일부터 독후감 작성·달리기 앱 실적으로 반영해 인사평가 실시
취재 시작되자 문제 인식 후 ‘철회’ 공지 예정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독후감 작성과 운동 앱 활용 기록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다.

최근 국내 감마선·메디컬 사업을 운영 중인 소야그린텍은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제도 개편안을 공지했다.

이달 말부터 개편하는 인사평가 내용


개편안의 내용에는 이달 30일까지 직원 개인별로 맡고 있는 업무를 매뉴얼화 해 제출하라고 적혀 있다.

또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한 주관적 평가로 진행됐던 인사평가제도를 ‘수직+수평적 평가(업무적합성 및 성과, 참여도 등 객관적 평가)로 변경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개편안에는 개인별 사내활동참여도 평가를 신설해 런데이(달리기 앱), 필독서, 제안, 근태 등을 추가했다. 각 항목별 배점을 적용해 상대평가(또는 절대평가) 후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소야그린텍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ㄱ씨는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 독후감을 써야 한다”면서 “원래는 독후감을 상하반기로 나눠 썼는데, 이번에 인사평가에 반영을 시켜 반강제로 쓰게 하는 것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네이버 밴드 게시글에는 독후감 작성 및 후기와 관련된 게시글이 다수 게재돼 있었다.

임직원들이 작성한 독후감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


8년 전인 2016년 3월 게시글에도 ‘상반기 필독서를 공지하니 전직원은 3권 중 택1 이상 하여 필독하시고 독서감상문을 제출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게재돼 있다.

임직원들에게 독후감 작성을 지시한 회사 측은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독후감을 권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도서를 추천해주니 좋다는 반응도 있고, 또 일부는 왜 자꾸 시키냐는 반응도 있다”면서 “대표님은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시는데 본인이 해보니 도움이 많이 되는 걸 느껴서 직원들에게 권장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직장인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한 직장인은 "1년에 책 한 권 읽지 성인들이 많은데 회사에서 책읽기를 권유하면 좋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반면 "읽고 싶은 책도 못 읽는데 재미없는 책을 지정해주면 부담될 것 같다", "대부분 챗GPT가 쓴 독후감을 낼텐데 의미가 없을 듯", "권장이 아니라 강요라면 문제있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회사 측은 인사평가 개편안에 대해 취재가 시작되자 반영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 관계자는 “취재 문의 후 노동부에 질의를 해보니 업무와 무관한 부분에 대해 인사고과 등의 평가에 반영이 되면 안된다 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미처 그 부분까지 확인을 못하고 개정안을 게시했는데, 그 부분을 취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후감 작성과 런데이 시행은 캠페인으로 변경해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들에게 상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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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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