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SK 빌딩 퇴거·10억 배상해라"…노소영측 "해도 너무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을 밟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관리하는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21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부장판사 이재은)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인은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약 10억원을 아트센터 나비가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배임이라는 나비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선고 직후 아트센터 나비 측 이상원 변호사는 "25년 전에 최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을 이전했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렇게 무더위에 어디로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판결은 피고측 주장과 달리 이혼소송과는 무관할 뿐아니라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 됐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아트센터 나비 대표로서 미술관 근로자들의 이익, 미술품 보관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퇴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SK이노베이션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양측의 조정이 결렬돼 본소송으로 넘어갔다.

SK이노베이션이 퇴거를 요구한 부동산은 아트센터 나비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서 개관했다. 노 관장의 시어머니이자 최 회장의 모친인 고(故) 박계희 여사가 자신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개관해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이 모태다.

노 관장은 시어머니로부터 워커힐미술관장 자리를 물려받고 워커힐미술관을 계승해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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