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SK CEO들' 더 안 나올듯…최태원 "속도 조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SK그룹이 최근 실적이 부진한 관계사의 수장을 잇따라 교체하고 나선 가운데 최태원 회장이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말 인사에서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반의 방만한 투자와 사업 비효율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CEO들이 연말 인사에서 '용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SK에코플랜트에서는 박경일 사장이 물러나며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대체 투입됐고, 그간 방만한 투자의 대표적인 예로 꼽혀온 SK스퀘어에서는 박성하 사장이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산업 캐즘 여파로 적자 수렁에 빠진 SK온의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OO)도 영입 10개월만에 보직 해임된 바 있다.

특히 박성하 사장의 해임 통보건은 SK스퀘어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기정사실화돼 외부에 알려지면서 일부 사외이사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례적인 수시 인사를 통해 사실상 '경질'에 가깝게 수장들이 교체되는 칼바람이 불면서 SK그룹 안팎에서는 CEO 교체와 임원 축소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조직 슬림화와 대규모 임원 감축 등의 소문이 돌며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의 동요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SK그룹이 내부 동요를 안정시키고 사업 재편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추가적인 CEO 교체를 무리하게 밀어 붙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 작업의 핵심인 SK온의 경우 조직 개편을 포함해 임원 축소 등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인적 쇄신 보다는 사업 재편이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리는 SK경영전략회의에서는 SK온 등 에너지 부문 사업 구조조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계열사별 경영 전략 방안과 구조조정안 등을 보고받을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주요 참석자들의 발표가 중심이 됐던 예년과 달리 CEO간 토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리밸런싱 방향이 도출될 때까지 사실상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포함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사업 재편안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아닌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결정된 방향을 토대로 하반기 사업 재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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