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 여사의 ‘VOTE’ 패션 정치…남편 고령 논란·대선후보 교체론에 ‘맞불’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입력 2024-07-07 06:04:02
수정 2024-07-07 06:04:02
위태로운 바이든 대통령 지원사격
대중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메시지가 관건
미국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첫 TV토론회가 최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다시 TV토론에서 맞붙었다.
‘트럼프 우세’라는 압도적인 여론 속에서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후보를 사퇴하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질 바이든 여사는 ‘패션 정치’를 펼치며 대선후보 교체론에 맞불 작전을 펼쳤다.
대선후보 자리가 위태로운 바이든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지원사격하는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이미지 브랜딩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Appearance
‘VOTE’ 문구 옷으로 정치 메시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화이트로 ‘VOTE’(투표하라)라고 쓰여진 블랙 옷을 입고 바이든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 등장하며 주목받았다.
바이든 여사가 패션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토론회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해진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패션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바이든 여사가 ‘투표’라고 적힌 의상을 선택한 것은 민주당 대선후보 교체론을 일축하는 성명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여사가 글씨가 적힌 의상을 착용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첫 번째는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Love’라는 글자가 쓰여진 블랙 블레이저를 착용했다.
이 의상은 단결과 연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두 번째는 바이든 여사가 퍼스트 레이디가 되기 전 2020년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Vote’라는 단어가 강조된 검은색 스튜어트 와이츠먼 부츠를 착용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바이든 여사가 패션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용성과 편안함 중시하는 ‘Dr. 바이든’ 정체성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바이든 여사는 연한 보라색 실크 드레스를 착용했다.
심플한 실루엣의 단색 드레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여사의 패션은 자신을 ‘트로피 부인’이 아닌 옆집에 사는 일하는 대통령 부인으로 설정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었다.
이러한 전략은 지나치게 화려한 패션보다는 실용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을 반영한다. 바이든 여사는 ‘보여주기식’ 패션보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분석된다.
이는 그의 직업적인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등 동일한 의상을 반복해서 입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선택은 그가 단순히 대통령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바이든 박사(Dr. 바이든)’로서의 모습을 강조한다고 해석된다.
그랬던 바이든 여사가 대선후보 TV토론 직후 ‘VOTE’라는 글자가 여러 개 쓰여진 옷을 입고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지지 결집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된다.
Behavior
대통령 정치적 여정의 핵심 파트너
바이든 여사는 재선 출마 선언 등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결단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바이든 여사를 ‘결정자’로 표현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그에게 달려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들도 바이든 여사를 통해 대통령 출마 포기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여정에서 핵심적인 파트너임을 나타낸다.
공화당으로부터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만큼 바이든 여사의 태도에 조화와 타이밍이 핵심이라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경험과 감정 담아 소통…인간적 면모 강조
바이든 여사는 단순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담아 청중과 소통하는 편이라고 분석된다. 예를 들어 최근 뉴욕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약혼 당시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면서 “교육은 인간 잠재력을 여는 열쇠”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가 평생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말로 논란이 생긴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2023년 여성 NCAA 농구 챔피언십 당시 그는 우승팀뿐만 아니라 준우승팀도 백악관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발언은 적지 않은 스포츠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패배한 팀을 초청하는 것은 전통에 어긋나며 승리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여사는 결국 이 발언을 철회하고 우승팀만 초청하기로 했다. 이번 대선후보 TV토론 이튿날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나선 바이든 여사는 남편을 지지하며 완주를 피력했다.
그는 “어젯밤 토론회에서 여러분들이 본 것은 진실성과 인격을 갖춘 바이든 대통령이었다”고 강조했다. 코너에 몰린 남편을 옹호하며 완주를 시사한 그의 말이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이든 여사는 의상이 지나친 화제가 되는 것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패션 정치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압박하며 대타 후보들을 언급하는 언론에 대한 반격의 상징으로 풀이된다. 대중이 납득할 만한 균형 잡힌 접근과 일관성을 유지한 바이든 여사의 합리적인 메시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패션을 통한 메시지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