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세 보인 상반기 주택시장…실수요가 이끈 양극화, 갭투자는 일러[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소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침체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그만큼 주택시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정부는 2022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건설부동산 업계의 위기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금융권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다면 202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퍼진 ‘4월 위기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금융지원과 부동산 규제완화로 반등할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하며 한때 강세론자들에게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금융과 ‘서울 불패론’ 등의 영향으로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매수세가 늘었지만 대세 상승의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원 등 수년간 신규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에선 국지적 상승이 나타날 뿐이었다. 시장은 하반기 예고된 ‘미국 중앙은행발(發) 금리인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심에 몰린 수요

한국부동산원 월간 집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은 4월부터 상승 전환했으나 경기도는 하락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난 2년간 하락세를 거치며 부동산 시장이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변화한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도 강남, 서초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중심지만 올랐다. 이들 지역에 살고자 하는 대기수요가 많아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지방 자산가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 핵심지를 매수했다. 고점 대비 하락한 가격에 급매물 등이 나오면서 실수요가 매수에 접근이 가능해진 영향도 있다.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강남과 마·용·성 소재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에선 “매수인 대부분이 실수요자이며 타 지역에서 집을 매도하고 갈아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방은 계속 집값이 떨어졌다. 각 지역 중심인 5대 광역시에서도 매달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0.56% 떨어질 동안 지방 광역시는 그 두 배인 1.13%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분양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5월까지 미분양 가구수가 늘었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6만 호를 넘겼던 미분양은 4월부터 7만 호를 돌파했다. 미분양 가구수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꾸준히 늘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 확산될지 관심

다만 서울에선 상승 지역이 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5~6월 들어 강남 송파구, 동작구, 영등포구, 강동구와 강북 서대문구, 중랑구, 중구, 종로구, 은평구, 광진구 등도 상승전환됐다.

경기와 일부 지방 시도는 국지적인 상승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강원도는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던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지역 의대 정원 증가 등 호재로 춘천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이처럼 강원도 역시 실수요가 집중되면서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가격도 오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추세다. ‘전세사기’ 여파로 주춤한 연립에 비해 아파트는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1~5월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수도권 누계 전세가격 변동률은 아파트가 1.51%, 연립이 –0.19%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사건이 빈발했던 인천에선 아파트 전세가격이 2.44% 올라 서울(1.58%)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아파트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대거 전환되거나 이전처럼 갭투자가 성행하지는 않았다. 지난 상승기에 매매가격 급등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년 떨어지던 전세가율은 올해 다소 반등했지만 아직 집값 상승이 본격화하던 2015~2016년 수준에 한참 다다르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용가치보다 자산가치가 큰 서울 등 수도권에서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올해 5월 서울 전세가율은 54.6%로 전국 시도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52.8%에 비해 상승했지만 2016년 5월 71.7%에 비하면 20%포인트가량 낮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이제 서울에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격차가 4억~5억원 수준이라 갭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며 “지금은 철저한 실수요 시장이며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실거주 편의나 장기투자 관점에서 아파트를 꼼꼼히 골라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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