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연말에 6000 갈까[글로벌 현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뉴욕 EPA=연합뉴스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7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S&P500 지수가 처음으로 5600선을 넘어서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56.93포인트(1.02%) 오른 5633.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일 5500선을 돌파한 지 6거래일 만이다.

뉴욕 월가에선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증시에 더욱 불을 붙일 것으로 내다봐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관세 인상, 이민 제한 등의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주요 투자은행들, 목표치 상향 조정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말 S&P500 목표치를 연이어 높이는 중이다. UBS는 5월에 연말 S&P500 목표치를 5600으로 상향했고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도 6월에 목표치를 5600 수준으로 높였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는 비슷한 시기에 6000으로 대폭 조정했다.

월가의 이 같은 분위기는 증시 비관론자로 유명한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체이스 글로벌 시장 수석전략가가 최근 사실상 해고된 것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에서 글로벌 리서치 부문을 책임지던 콜라노비치 글로벌 시장 수석전략가 겸 글로벌 리서치 공동수석은 사내 메모를 통해 “다른 기회를 찾으려 한다”며 퇴사 소식을 전했다.

콜라노비치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던 시기에 증시 반등을 정확히 예측한 인물이다. 하지만 2022년 S&P500 지수가 연중 19% 빠졌던 시기에 강세론을 유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지수가 연 24% 뛰었음에도 약세론을 유지하는 등 시기적절하지 않은 예측으로 굴욕을 당했다. 콜라노비치는 지난해 11월 S&P500 지수의 올해 말 목표 주가를 4200으로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해당 전망을 유지해왔다. 고용 둔화, 주택 매매 감소, 소비자 연체 증가 등을 이유로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둘기파 파월이 증시에 힘 보태
투자은행들의 낙관적인 증시 전망은 Fed의 금리인하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해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9일(현지 시간) 고금리를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앞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경제지표가 더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날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정책 억제력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 5.25~5.5%의 높은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혹은 적게 인하할 경우 자칫하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둔화를 우회적으로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21만8000명 대비 둔화하며 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으며 예상치인 3.9%를 웃돌았다.

파월 의장은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Fed의 금리인하와 관련한 시장의 섣부른 기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트럼플레이션이 변수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에도 리스크는 있다. 미국 월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격적인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이민 제한에 따른 인건비 상승 가능성도 커서다. 소득세 폐지 등 감세 정책과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도 국채금리 상승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예상은 학계에도 퍼져 있다.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16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과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서한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제학자들은 서한에 “트럼프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으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Fed의 금리인하 시점은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포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대로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면 미국 물가상승률이 1.1%포인트 상승하고 연준은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3%포인트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므로 1.3%포인트를 올리려면 5번 이상 인상해야 한다.

하치우스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을 계산할 때 다른 나라들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높아져 유럽의 물가 상승폭 0.1%포인트에 비해 훨씬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커지면서 금 인기
골드만삭스는 또한 6월 18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금 매수를 권유했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등 지정학적 충격, 부채 공포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강화할 위험에 대응할 방안으로 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릭 뉴먼 야후파이낸스 선임 칼럼니스트는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거론된 사안은 모두 트럼프 경제정책들이라고 말했다. Fed 독립성 약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기본적으로 Fed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2025년 말 만료되는 각종 세금 감면 조치를 연장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국가부채가 4조 달러에서 5조 달러로 늘어난다고 뉴먼 칼럼니스트가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면 인플레이션 심화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공화당 승리 시나리오에선 물가상승, 경제성장 둔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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