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6일 ‘스타십’ 실험에 성공했다. 1단 로켓인 ‘슈퍼 헤비’는 멕시코만에 연착륙했다. 2단 로켓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은 지구 궤도 항로를 비행한 뒤 인도양에 착수(스플래시 다운), 로켓과 우주선을 온전히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조만간 로켓과 우주선을 지상에서 로봇팔로 회수하는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한 시간 후 재발사도 가능하다고 한다.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화성 여행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페이스X 설립자는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건 2002년. 테슬라보다 1년 빠르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 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당시엔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페이스X가 스타십을 발사한 지 한 달여쯤 지난 7월 9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돼 20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 시세조종을 하도록 지시·승인했는지에 대한 혐의였다.
김범수가 누구인가. PC방에서 시작해 카카오를 만들어 모바일 플랫폼 최강자로 우뚝선 한국 IT업계의 기린아다. 맨주먹으로 총자산 34조원, 계열사 129개, 재계순위 15위의 카카오를 키워냈다. 하지만 문어발식 확장, 일감 몰아주기, 상속 관련 잡음 등으로 기존 재벌을 닮아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굳이 두 사람의 최근 행적을 살펴본 것은 국내 증시를 등지는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개인들은 올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서 7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대신 미국 주식 등 해외 주식 9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에 국내 주식 22조9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과 정반대다.
개인이 외국인과 판이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도 ‘국내 증시엔 꿈과 신뢰가 없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동학개미운동’ 당시만 해도 네카오, 바이오,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주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더 큰 꿈을 꾸는 대신 지분싸움 등에 휘말리자 미련을 거뒀다.
대신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구글 등을 앞세워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에 바짝 다가갔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무한한 꿈을 키워나가는 이들 기업이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신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창하면서 금융투자세 폐지와 세제개편 등을 내세웠지만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거대 야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더욱
이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거론하다보니 정부 정책의 지속성에도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다. 크고 작은 ‘작전’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보니 감독당국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팰로앨토 에디슨가 367번지에 있는 허름한 차고를 ‘실리콘밸리 탄생지’로 명명했다. 1939년 이곳에서 창업한 HP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후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차고에서 창업해 실리콘밸리를 일궜다. 이들의 창업자 정신은 테슬라, 엔비디아, 스페이스X, 오픈AI로 이어지며 화성탐사까지 넘보고 있다. 반면 PC방에서 시작한 한국의 창업자들은 검찰청을 왔다 갔다 한다. 게다가 정치권은 증시의 신뢰회복엔 관심조차 없는 태도다. 꿈을 먹고사는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등질 수밖에 없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