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열풍의 일등공신 ‘IP 브랜딩’의 힘

[브랜드 인사이트]

SPC삼립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포켓몬빵. 사진=SPC삼립



비슷한 캐릭터빵인데 왜 포켓몬빵은 유행하고 짱구빵은 그렇지 못했을까. 이런 궁금증의 끝에는 지식재산권(IP) 브랜딩이 등장한다.

IP는 지적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말한다. 내가 만든 것을 남이 못 쓰게 하는 배타성과 다른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의 권리를 저작권과 상표권에 의해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캐릭터, 상표, 저작권, 특허를 비롯해 레시피 같은 기업의 기밀 정보 등이 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캐릭터, 상표, 저작권 IP다. 이들은 개념으로만 존재하며 발명품이나 레시피와 달리 실용성이 없다. 하지만 이 IP들에 세계관이 구축되고 이야기가 더해지면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진다.

IP 브랜딩은 이러한 IP의 특성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가적인 가치를 더하는 활동이다. IP는 다른 제품 혹은 서비스와 합쳐져 그 세계관과 이야기를 이식시키는데, 잘 만들어진 IP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일반적인 제품도 히어로 제품으로 순식간에 변모시킨다.

IP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IP를 활용해야 할까. 여기 WIN(Will, Identity, Narrative)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WIN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Will. 상품의 목적에 부합하는 IP를 활용하라

2022년 2월 출시된 ‘포켓몬빵’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유명한 포켓몬스터의 IP를 빌려 빵에 띠부씰(캐릭터 스티커)을 넣은 상품이다. 포켓몬빵은 2022년에만 1억 봉이 판매되며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사 상품인 짱구빵의 경우 유명세나 추억은 포켓몬스터에 뒤지지 않지만 짱구 스티커는 포켓몬 스티커와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무엇이 포켓몬빵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비결은 IP와 상품의 궁합에 있다.

포켓몬빵의 본질은 식품이 아닌 스티커에 있다. 소비자는 빵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티커를 얻기 위해 돈을 쓴다. 이때 귀엽고 유명한 IP로 스티커를 만든다면 그럭저럭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한두 번의 소비로 끝난다.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켓몬스터는 상품의 목적과 부합하는 최적의 IP였다.

포켓몬스터라는 IP의 핵심은 ‘포켓몬을 수집하고 도감을 완성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집이라는 IP의 특성이 상품에 이식됐기 때문에 포켓몬빵을 구매하는 행위는 단순히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포켓몬 도감을 채우는 여정이 된 것이다.

이처럼 IP를 활용할 때는 상품의 목적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IP가 가진 특성이 상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IP와 상품의 목적성이 부합할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패션기업 워즈코퍼레이션이 미국 명문 사립대 예일대의 시그니처 패션을 선보이는 브랜드 ‘예일’의 티셔츠. 사진=워즈코퍼레이션


Identity. 정체성을 계승하라

길을 걷다 보면 ‘하버드’나 ‘예일’과 같은 외국 대학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종종 볼 수 있다. 유학생이 늘어난 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으로부터 상표권을 빌려온, 해당 대학들과 상관없는 의류브랜드의 상품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분야의 상표 IP를 빌려와 제품을 만드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알리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지도 높은 기존의 IP를 빌려와 브랜드를 만들면 비용과 시간 대비 빠르게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표만 가져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IP가 가진 진정성은 금방 소모되고 만다. 따라서 IP를 빌려 쓰는 기업은 이름만 가져오는 것이 아닌 정체성을 계승해야 한다. 정체성을 계승한다는 것은 빌려온 IP의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소비자가 일관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의 IP를 라이선싱한 의류브랜드 예일은 단순히 이름을 빌려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일대가 가진 헤리티지를 이은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상품페이지의 구성에서부터 상품 이미지보다 먼저 ‘예일’ 브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북클럽인 ‘댄댄 북클럽’과 자체 매거진 ‘대학예일’을 노출하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구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학생의 캠퍼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런 브랜딩 활동에 힘입어 예일은 2020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매출 100억원 달성, 2022년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 없이 브랜드 비즈니스만으로 이룬 성과다. 예일은 대학의 이름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결과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해리포터 IP를 활용한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 이미지. 사진=워너브라더스 게임즈


Narrative.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까지 고려하라

해리포터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IP 중 하나다. 소설책의 역사적인 성공은 영화로도 이어져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해리포터는 새로운 영화를 출시할 때마다 비슷한 시기에 게임도 함께 출시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게임은 항상 흥행이 저조했다.

그 이유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다 끝난 뒤인 지난해 출시된 한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해리포터 소설이나 영화의 캐릭터는 전혀 출연하지 않는 별개의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가 역대 해리포터 게임은 물론이고 그해의 모든 게임을 통틀어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호그와트 레거시의 성공은 내러티브의 성공이었다.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일상에선 비슷한 의미로 쓰이지만 엄밀하게는 차이가 있다. 스토리는 ‘사건들의 연속’, 즉 내용 그 자체를 이야기하며 내러티브는 ‘사건들이 청중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말한다. 이전의 해리포터 게임들이 놓쳤던 것은 내러티브, 즉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이전의 게임들은 해리포터 영화의 성공에 지나치게 기댄 나머지 영화 속 캐릭터와 사건들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 게이머가 얻을 수 있는 재미는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고 이야기를 내가 진행시킨다는 점이었는데 이마저도 정해진 하나의 결말을 향하는 것이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달랐다. 직선적인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나 오픈월드 RPG(정해진 스토리라인 없이 자유롭게 게임 속 세상을 탐험하며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장르) 형식을 차용해 게이머에게 전에 없던 높은 자유도를 선사했다. 게임 설정상 해리포터 영화 속 내용과 시기가 달라 유명한 캐릭터가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호그와트라는 배경만은 그대로 살렸고 게이머는 이 게임 안에서 진짜 마법사가 되어 호그와트 내부와 주변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었다. 이전 게임들은 영화의 이야기 전달 방식을 게임에 그대로 적용한 반복일 뿐 게임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게임의 특성에 맞춰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이전과 다른 서사 방식을 선택했다. 맥락만 제공하고 나머지 이야기를 게이머가 스스로 만들어가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주인공인 해리포터라는 인물 없이 IP의 세계관만으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IP를 확장할 때는 이야기 자체를 넘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즉 내러티브까지 고려해야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와 콘텐츠의 범람, IP의 높은 경제성은 앞으로 IP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다. 이때 IP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 협업이나 라이선싱의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뚜렷한 목적을 정한 뒤 이에 부합하는 IP를 선택하고(Will), 그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계승 및 발전시키고(Identity),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까지 고려해야만(Narrative) 진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WIN할 수 있을 것이다.



장비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제공


장비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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