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슬리퍼·쫄티'입으면 벌금 10만원···용인 택시기사 복장규제에 '뿔났다'

경기 용인시가 택시 이용자 편의 향상을 위한 명목으로 택시업계에 '반바지, 쫄티, 맨발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용인시는 16일 고급형 택시 운행 규제와 택시 기사 복장 지침 등의 내용을 담은 '택시운송 서비스 증진 개선 명령'을 고시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의 이번 행정 명령은 '고급형 택시'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를 둬 관내 등록된 고급형 택시가 승객이 많은 타 지역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골자다. 고급형 택시는 용인 관내 운행을 원칙으로 하는 '중형 택시'와 달리 경기도 전체에서 운행이 가능하고, 요금 또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용인에 등록된 고급형 택시가 승객이 많은 수원이나 성남 등 서울 인접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정작 용인시에는 택시 부족 현상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용인시 택시 기사 복장 규제 명령 내용.


이에 시는 이번 행정 명령을 통해 ▲ 고급형·대형 택시 '완전 예약제' 실시 ▲ 배회 영업 금지 ▲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가입 후 운행 ▲ '경기도 중형택시 운임·요금 기준' 차용 금지 등의 규제를 하기로 했다.

이를 위반하면 운송 사업자에게는 과징금 120만원(1차)을 부과하고 20일간(1차) 사업 일부 정지 처분한다.

하지만 이번 시의 행정명령은 고객형 택시 뿐만 아니라 일반 택시 기사에도 적용돼 논란이 예고된다.

행정명령에는 '운수 종사자는 금지 복장을 착용해선 안 되며, 용모를 항상 단정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금지 복장으로는 ▲ 쫄티 ▲ 민소매 ▲ 소매가 지나치게 늘어져 핸들 조작에 지장을 주는 옷 ▲ 반바지 ▲ 칠부바지 ▲ 운동복 ▲ 찢어진 형태로 디자인된 바지 ▲ 발등과 발뒤꿈치를 조이지 않은 슬리퍼류 ▲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 운행 ▲ 낡은 모양 또는 혐오스럽게 디자인된 모자 등이 적시됐다.

시는 금지복장 위반 시 운송 사업자에게는 과징금 10만원 또는 3일(1차), 5일(2차) 운행정지 처분을, 기사에게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김종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지부장은 "운전 노동자에게 금지 복장을 나열해 가며 규제하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규제"라며 "주변에는 통풍 같은 질병 때문에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는 분도 계시고, 겨울에도 양말을 신지 못하고 운전하는 분도 계신데 기본권을 침해해 가면서까지 해야 할 규제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시에서 단독으로 결정한 사항은 전혀 아니고, 그간 운수종사자, 사업자, 노조 관계자 등과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해 가면서 정한 규제"라며 "일단 시행해보고 추후 다른 의견이 접수되면 받아들여 검토한 후 개선 명령을 갱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택시업계에서 대표성을 가진 분들 사이에선 기사분들의 복장을 좀 단정하게 규제하고 싶은데 단속할 근거가 없어서 못 한다는 애로사항을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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