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덤으로 더 있다고?[김현종의 백세 건치]




얼마 전 먼 몽골에서 한 부부가 고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딸과 통역을 데리고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 방사선 사진을 들고 왔는데 원래 정상적인 치아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치아가 코 밑 부분에 하나 덤으로 더 있었다. 그런데 그 치아 주위에는 약간의 물혹처럼 보이는 빈 공간이 보여 수술로 제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몽골의 제일 큰 치과에서도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머나먼 한국을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원래의 치아 외에 치아가 더 있는 것을 진단명으로는 ‘과잉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건강검진과 함께 방사선 사진을 통하여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드물지만 50~60대가 되어서 방사선 사진을 촬영했을 때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잇몸뼈 안에 조용히 있는 과잉치는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나이든 분들이 그동안 몰랐던 과잉치를 알게 되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치아 한두 개만 촬영하는 장비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아 전체를 찍는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한다. 특히 컴퓨터 촬영이 대중화되면서 과잉치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잉치는 주로 백인계보다 아시아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전체 인구 중 0.1~3.8%까지 과잉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다. 유아 과잉치는 성별에 따라 차이는 없지만 영구 과잉치는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더 많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있다.

과잉치가 발생하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치아의 씨앗인 ‘태아’가 발생하는 시기에 두 개로 나뉘거나 치아 조직의 지나친 활동, 유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잉치가 문제되는 이유는 치아가 제자리에 올라오는 것을 막아 치아가 몰리게 만들고 때로는 치아가 벌어지게도 만든다. 올라오지 않은 상태로 잇몸 뼈 안에서 물혹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즉시 제거하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유치에서 영구치로 전화되는 6~7세 정도에 전체 방사선 사진을 찍어 혹시 치아가 모자라거나 치아의 개수가 남는지 점검하게 된다.

이때 제일 많이 발견되는 과잉치의 위치는 위턱 앞니인 중절치 사이다. 일반적으로 한두 개가 발견된다. 앞니 영구치 근처에 과잉치가 있어 영구치 성장에 방해가 되면 7세 전후에 수술로 발치해야한다.

발치는 과잉치의 위치가 중요하다. 잇몸 앞쪽 입술 부위에 있는지, 입천장 쪽에 있는지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입천장 수술 시에는 입천장의 연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입천장을 눌러주는 교정 장치를 일시적으로 해야 한다.

또 과잉치가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위턱 사랑니 주변이다. 흔히 사랑니를 발치하려고 방사선 사진을 찍으면 위턱 사랑니 부위보다 더 높은 부위 혹은 입천장 쪽으로 작은 사랑니가 하나 더 발견된다. 이때는 사랑니 발치와 함께 과잉치 발치를 진행한다.

주의할 점은 과잉치 뿌리가 사랑니와 연결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장의 방사선 사진을 찍어 방향에 따라 나오는 각도를 보고 예측해서 뽑아야 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사진 하나로 충분히 진단하고 발치할 수 있다.

셋째로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위턱과 아래턱의 작은 어금니 부위다. 작은 어금니는 위턱이나 아래턱 좌우로 각각 두 개씩인데 여기에 하나씩 덤으로 있는 경우다. 이때도 치아가 자기 자리에 올라와서 치열을 형성해야 하는데 과잉치가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심지어 필자는 각각 두 개씩 전체 치아에서 여덟 개의 과잉치가 있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우에는 유전학적으로 전신의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꼭 유전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과잉치는 주로 작은 것으로 한두 개만 나타난다. 하지만 여러 개의 아주 작은 치아 알갱이로 발견되는 경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과잉치보다는 양성종양인 ‘치아종’이라고 부른다.

과잉치, 치아종 두 가지 모두 처음 접하면 환자 또는 보호자가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국소마취 소수술로 제거할 수 있고 합병증도 적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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