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인기 기념품으로 손꼽히는 조미료를 한국에 반입했다가 압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조미료의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양귀비 씨앗(Poppy seed)이 한국에서는 마약 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16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와 가디언은 트레이더 조의 인기 품목인 베이글 조미료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며, 이 제품에 대한 한국 공항의 반입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제품은 ‘에브리띵 벗 더 베이글 세서미’라는 베이글용 조미료다. 참깨, 소금, 마늘, 양파, 양귀비씨 등을 말린 뒤 한데 섞은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미국 여행 기념품으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얻게 됐다. 매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트레이더 조의 토트백을 구매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에 방문했다가 해당 조미료를 함께 구매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조미료에 양귀비 씨앗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에서는 양귀비 씨앗을 마약류로 분류해 2022년 반입금지 품목에 등록했지만, 이를 모르는 여행객들이 해당 조미료를 구매해 한국에 오면서 통관에 걸리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현재 해당 조미료 사진을 부착한 표지판을 통해 “양귀비 종자가 함유된 해당 제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지정된 양귀비과 성분이 검출되어 국내 반입이 제한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약성 물질이 포함된 종자 제품은 한국으로 반입하는 것이 항상 금지되어 왔다”며 “최근 세관에서는 마약 관련 품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베이글 조미료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귀비 씨앗 자체에는 아편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미국과 중동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제과·제빵 등 식용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반도핑기구(USADA)에 따르면 수확 과정에서 양귀비 씨앗이 아편을 일부 흡수할 수 있고, 이것이 체내에서 소화되며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모르핀과 코데인을 일부 생성할 수 있다.
플로리다 대학교 정신의학과 부교수이자 약물 사용 장애 전문가 게리 리스필드는 지난해 기사를 통해 "양귀비 씨앗에는 아편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수확 과정에서 씨앗을 덮고 있는 씨방에 포함된 아편 성분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양귀비 씨앗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