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시장 넘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다음 행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음악 산업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BTS, 블랙핑크 등과 같은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은 아이돌 그룹들은 한국 음악 산업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콘서트 투어, 음반 판매,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수익 창출 경로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콘텐츠 사업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인 수출 산업이자 서비스 산업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콘텐츠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 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8일 K-저작권 지킴이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저작권 보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60년이 된 국내 음악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협회)는 창작자 권리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사회적 기조에 발맞춰 다양한 저작권 보호 활동을 전개 중이다. 매체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누구나 음악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협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창작의 시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역할협회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본부 외에도 전국 11개 센터 운영을 통해 지난 60년 역사 동안 지상파 방송, 유튜브, 음원 플랫폼, 영화, 광고, 백화점, 노래방, 카페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국내외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 저작권 침해 방지를 담당해왔다. 또 전 세계 60여 개의 해외 저작권 단체와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해 해외에서 사용되는 국내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를 위한 업무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협회가 징수한 저작권료는 설립 이래 꾸준히 늘었다. 유튜브를 비롯해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등장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2년 만에 징수액 41%, 분배액 51% 증가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저작권료로 300억원 이상을 징수하는 40여 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 저작권 관리 수수료율인 9.79%를 기록하면서도 2022년 대비 510억원이 증가한 4061억원을 징수했다.



분배 실적 또한 606억원이 증가한 388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 제24대 회장에 선출된 추가열 회장은 “대한민국 음악 산업의 성장과 함께 협회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저작권 인식 개선과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회원으로는 BTS, 지드래곤(GD), 아이유 등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들과 더불어 세븐틴 프로듀서 범주, BTS 프로듀서 피독 등 K팝 주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협회 회원 수와 작품 등록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약 5만1000명의 회원과 약 660만 작품이 등록돼 있다.

협회는 저작권계 유엔이라 불리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으로부터 공식적인 우수 경영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9년 CISAC 내에서도 20개 단체만 선정되는 이사 단체에 처음 당선된데 이어 2022년 재당선에 성공하며 저작권 선진 단체로서 프랑스, 미국, 독일 등 해외 선진 저작권 단체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업무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추 회장은 “해외 단체와의 교류와 상생은 K팝의 성장과 파급력 확대에 중요한 밑거름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내외 저작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고 보호 문화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추 회장은 국내외 다양한 저작권 보호 활동을 통해 미래 저작권 보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세대 저작권 보호 위한 국내외 활동 전개추 회장은 2022년 취임 이후 다수의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예견되는 저작권 침해 문제를 알리고 선제적 입법 추진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를 대변하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를 초청해 공청회를 주관하는 등 국내 저작권 보호 기준과 제도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월 협회는 저작권정책연구팀과 저작권 분야 전문 교수진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신설, 주요 저작권 정책 및 법규,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로 음악 저작권 관련 논문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국경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협회는 국경 없는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저작권 단체와 함께 국제 저작권 표준과 동향을 선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협회는 CISAC의 이사 단체로서 다양한 저작권 보호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20년 만에 다시 2024 CISAC 세계총회를 대한민국에 유치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 개최된 CISAC 세계총회에는 세계 각국 저작권협회 회장단 300여 명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내외 저작권 현안과 AI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보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1조원 징수금 시대도 가능···구시대적 저작권법 개정이 급선무”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7월 22일 본지와 만난 추가열 회장은 싱어송라이터 출신답게 음악인의 권리인 저작권 권리 보호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저작권료 징수금액 4000억원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추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바쁘다고 했다.

“일본의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모는 1조2700억원으로 국내시장보다 약 3배가 되고 미국은 4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K팝이 빌보드 등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저작권 징수금액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소한 선진국 수준과 비슷한 시장 규모로 가기 위해선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K팝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음악인들의 권리인 저작권법은 아직도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음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저작권 징수 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음악을 소비하는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추 회장은 설명했다.

“국내 음악 저작권료 징수가 1조원에 이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K팝이 사랑받고 발전하는 만큼 음악 저작권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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