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평균 12억원'이 의미하는 것[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시 마포구 아파트 전경./서범세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7월 셋째 주 기준으로 전주 대비 주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는 0.28% 상승,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는 0.17%나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승이 한두 건의 거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량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24일 기준으로 2024년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14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거래건수라 하겠다. 더구나 6월의 거래 신고일이 7월 31일까지임을 감안하면 6월 최종 거래량은 7500건을 넘어 전고점인 2020년 12월의 7745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거래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매도자도 많고 매수자도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거래량이 8000건이라고 하면 집을 산 사람도 8000명이지만 집을 판 사람도 8000명이라는 뜻이다.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팔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해서 집값 상승의 시그널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집값이 상승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거래량이 줄어들면 집값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2021년의 월평균 거래량은 3615건으로 2020년 12월 거래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대비 16.4%나 급등하였다. 이렇듯 거래량이 줄어들어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그 당시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가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집값 추가 상승의 기대감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매물을 거두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거래량의 변화만 볼 것이 아니라 가격의 흐름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집값이 오른 추세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승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에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하락의 전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거래량 폭발은 집값 상승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2020년 12월의 분위기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거래량은 그때와 유사하지만 상승세는 그때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2021년의 폭등 수준은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주택·1주택자가 주도하는 시장
그러면 현재 시장 상황의 특징은 무엇일까.

현재의 거래량 폭증 현상이 다주택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보다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규제 지역에 2주택을 가졌거나 비규제 지역에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한 채를 더 사는 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12.4~13.4%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취득세 1.1~3.5%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고율의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가 12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다주택자가 서울에 아파트를 사면 1억5000만원 정도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4000만원 정도를 내는 1주택자에 비해 1억1000만원 정도 취득세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1주택자에 비해 그만큼 투자 수익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서 취득세를 내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같은 시장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자는 수익을 낼 수 있어도 다주택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세법하에서는 다주택자가 집을 사기 어렵다고 하겠다. 결국 현재의 거래량을 이끄는 힘은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목적의 1가구 1주택자라 할 수 있다. 12억 이상 아파트가 잘 팔린다그러면 이들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대거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정부가 신생아 특례 대출과 같은 정책 대출을 남발하면서 시장을 들쑤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생아 특례 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 6월의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역대 최초로 12억원을 돌파하였다. 2022년 8월의 평균 거래가가 8억원도 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실거래가가 50% 이상 급등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집값이 50% 이상 올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0.2%나 하락했다. 집값이 50%나 오른 것이 아니라 10% 이상 하락했다는 말이다.


두 지수가 전혀 반대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 통계에서 올해 6월의 아파트 평균 거래액이 12억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12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고, 2022년 8월에는 8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은 그 당시는 주로 저가 아파트가 거래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금 거래가 활발히 되고 있는 곳은 강남3구나 마용성과 같은 고가 지역이고, 2022년 8월에는 노도강이나 금관구와 같은 저가 지역이 더 많이 거래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신생아 특례 대출의 경우는 매수하려는 주택의 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서울에 집을 사는 사람들이 모두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고 가정해도 평균 거래가는 9억 원이 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은 사람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평균 거래가는 9억원 이하로 수렴할 것이다.

결국 현재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사람들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인 것은 맞지만 그들이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이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서울에 대거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의 전세가 상승세가 1년 이상 지속되자 임대에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있고 지방의 집을 팔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리는 닥쳐올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서울 집값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두려움과 기대감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3기 신도시 조기 건설과 비아파트 추가 공급으로 현재 시장에 퍼져 있는 공포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매수’라는 행위로 정부에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3기 신도시와 서울의 입지가 같나? 나는 아파트에 살고 싶은데 빌라 공급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정부에서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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