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들어가는 교실’ 학폭 피해자 40% 자살·자해 충동···피해부모는 생업 지장
입력 2024-07-24 15:05:21
수정 2024-07-24 15:05:25
푸른나무재단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 가량이 학교폭력 피해로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학생 보호자 98%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생업에 지장을 경험한 비율 역시 73%로 높게 나타났다.푸른나무재단은 24일 서초동 본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을 발표했다.이번 조사는 전국의 초·중·고교생 8,590명 및 교사·보호자·학교전담경찰관·학교폭력현장전문가·변호사(31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여기에 보다 심층적인 실태 확인을 위해 전국 보호자 388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추진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3.5%, 가해경험은 1.5%, 목격경험은 6.6%로 전년대비 다소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교급별로 살펴보면 ▲피해경험은 초등 4.9%, 중등 1.7%, 고등 1.2% ▲가해경험은 초등 2.4%, 중등 0.4%, 고등 0.2% ▲목격경험은 초등 9.2%, 중등 3.5%, 고등 2.2%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고통의 정도를 질문한 결과, 64.1%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 2017년 동일 문항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수치로 피해자의 고통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39.9%로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의 2023년 위기개입 출동 사례 중 자살·자해 사건은 76.0%에 달하기도 했다.
푸른나무재단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위한 통합지원 일시보호 기관(위드위센터)을 운영 중에 있다. 이와 같이 피해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의 확대가 요구된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과반수인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48.8%는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 인식조사에서는 피해학생 보호자의 40.6%가 가해 측으로부터 쌍방신고를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푸른나무재단의 상담 전화 중 법률상담 신청 비율 또한 10년 중 최고치(2.9배 증가)를 기록했다.
전국 보호자 인식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자의 98.2%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경험한 비율 또한 73.4%에 달했다. 학교폭력 피해 이후 부부 갈등과 사회활동 위축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63.3%, 78.0%에 달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피해는 피해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와 가정의 정신건강, 경제 및 관계 등 전반적인 어려움을 초래한다.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그 가정의 건강한 회복을 위해서는 정서적·경제적·법률적 지원을 포함하는 피해학생 보호자 지원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심층인터뷰 결과 사이버폭력의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었고, 실태조사에서는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 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이 45.5%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34.0%)에 비해 10%p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피해자 보호 지원체계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푸른나무재단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사이버폭력의 익명성과 확산성 등으로 인해 피해학생의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 피해자 중심의 즉각 조치 및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학부모인식조사와 심층인터뷰에서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플랫폼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 촉구의 요구(82.5%)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고통이 역대 최고치로 나타난 가운데, 쌍방신고를 중심으로 분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피해학생의 보호·회복과 청소년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