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국 대선, 사라진 한국 외교[EDITOR's LETTER]



미국은 올해 7월 2주 연속 역사적인 주말을 경험했습니다. 첫째주 전직 대통령은 암살 직전까지 갔다 살아 돌아왔고, 일주일 후 현직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재선을 포기하고 반세기 정치 경력을 마감했습니다.

불행과 불운으로 보이는 두 개의 역사적 주말에 대한 양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한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환희(exultance).”

순교(?)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은 급등했습니다. 공화당은 하나로 뭉쳤고, 지지자들의 분노는 이내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상대방도 비슷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흥분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정치자금 세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리스와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역동성이란 단어가 빅테크가 이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미국의 차지가 된 듯합니다.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1945년 이후 지속된 미국 중심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일까, 아니면 미국 중심 자본주의 시즌2를 알리는 것일까. 궁금증은 깊어갑니다.

한국인들이 미국 대선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시선은 외교·국방 문제에 머물렀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때 약간 다른 차원의 환희를 느낀 것을 제외하면 사실 남의 일이었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미국인들의 분노와 절망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마다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국내 수많은 투자자들은 무슨 자산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미국주식ETF 그리고 금, 달러, 채권과 비트코인까지. 트럼프의 압도적 우세가 해리스와의 접전으로 변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11월 초까지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기 힘들게 됐습니다.

유튜브에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의 흔적들이 옅보입니다. 트럼프와 해리스 당선에 대비한 투자전략에 대한 동영상이 넘쳐납니다. 양 후보의 지지율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시장은 요동칠 것이며, 서학개미들은 이래저래 편한 밤은 보내기 힘든 3개월이 될 듯합니다.

국민들은 바빠졌지만 가장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정부는 좀 한가해 보입니다. 한국의 운명을 쥐고 흔들 미국의 정치 변동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7월 중순 미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도 따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달랐습니다.

현직 총리는 회의에 참가하고 전직 총리는 발빠르게 트럼프를 찾아가 별도의 회담을 했습니다. 헝가리 총리는 아예 회의 직후 트럼프를 방문하는 양다리 외교를 대놓고 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종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발 뺀다는 얘기입니다. 자유의 전사를 자처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총대를 멘 한국의 모양은 단번에 이상해질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그렇다면 해리스 쪽은 어떨까. 미국 정치매체들이 전한 해리스의 면담 목록을 보면 필리핀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6번,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5번 만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치인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나온 인맥이라고 해야 해리스의 남편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남편이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과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킬 때 경험이 생생합니다. 당시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손놓고 당했습니다. “우방이라며 그럴 수 있냐”는 말은 한국에서나 통하지 살벌한 경제전쟁, 외교전쟁의 현장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들릴 게 분명합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미국 대선을 다뤘습니다. 그들의 정책에 따라 들썩이는 시장 상황, 왜 전 세계가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세계경제와 정치사적 전환점에서 벌어지는 미국 대선에 대한 공부는 어쩌면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필수 코스가 아닐까 합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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