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고금리 속에 역대 최대 실적 행진

한 고객이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에서 직원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올해 2분기 금융지주사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을 일부 털어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금리 속에 대출 규모가 커져 이자 이익이 늘어난 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홍콩 H지수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1분기의 H지수 ELS 손실 배상 여파에서도 벗어난 게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26일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2분기(4∼6월) 1조347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잠정)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작년 2분기(9187억원)보다 12.6%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2조6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4% 늘어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금융 측은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보상, 외환 환산 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손님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선제적·체계적 위험 관리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밝혔다.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2분기(9077억원)를 포함해 1조75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 비은행 관계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하나증권 1312억원, 하나카드 1166억원, 하나캐피탈 1111억원, 하나자산신탁 364억원, 하나생명 92억원 등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도 고금리 속 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1조42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1조2383억원)보다 15.1% 늘었고, 직전 1분기(1조3215억원)와 비교해도 7.9% 많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호조에 따른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세후 약 600억원) 등의 일회성 이익을 뺀 경상 기준으로 이번 2분기 이익이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라는 게 신한 측의 설명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잠재 손실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 인식에도 불구, 경상 손익 기준으로 분기 최대 손익을 달성했다"며 "기업대출 성장 기반의 이자 이익과 신용카드·투자금융 수수료 등의 비이자이익이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계열사별로는 이자 이익 증가와 1분기 ELS 배상 충당부채 적립의 기저효과 등으로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1조1248억원)이 1년 전(7490억원)보다 50.2%나 늘었다. 신한카드(1943억원), 신한투자증권(1315억원)의 순이익도 29.3%, 7.3% 증가했다. 신한라이프(1587억원)는 10.8% 하락했다.

앞서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KB금융은 2분기 순이익이 1조7324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같은 기간 93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6250억원)보다 49%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