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테크 불안했다" 티몬·위메프의 수상했던 6개월[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①]

티몬·위메프, 과도한 할인 상품권 판매
상테크족 사이서 입소문 나며 인기 급증

동시에 정산주기는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이커머스 업계 정산주기 당기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

구영배, 국회 정무위원회 출석해
정산대금 M&A 등에 유용했다는 점 시인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 A 씨는 지난 4월 한 커뮤니티에서 티몬캐시 상품권의 할인 소식을 들었다. 5만원권을 10% 할인된 4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0장을 구매했다. 45만원을 주고 50만원의 티몬캐시를 얻게 됐다.

A 씨는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했다. 고객 부담 수수료 4%를 제외한 48만원이 페이코 포인트로 적립됐다. 45만원을 투자해 48만원을 만들어낸 셈이다. 앉은 자리에서 3만원을 벌었다. 이 포인트로 아파트 관리비도 내고 이마트24, 파리바게뜨, 올리브영에서도 썼다.

상품권을 싸게 사서 포인트로 바꿔 이득을 남기는 것을 ‘상테크’라고 부른다.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하고 액면가의 타사 포인트(또는 기프티콘 구매)로 전환해 차익을 남기는 상품권+재테크의 줄임말이다.
올해 초 티몬과 위메프는 다양한 상품권 할인 판매에 나섰다. 티몬은 티몬캐시를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도 200만원까지 늘려줬다. 알뜰한 젊은이들은 앞다퉈 상테크에 나섰다.

젊은이들은 좋아했지만 업계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많았다. 오픈마켓이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급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만큼 티몬 측은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페이코, 페이코 제휴사로 등록된 오프라인 매장 등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는다. 매장은 고객이 쓴 페이코 포인트를 페이코에 요구하고 페이코는 티몬에 이 금액을 요구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10% 할인 판매한 티몬만 돈을 잃었다. 그러나 티몬은 상품권 할인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현금을 창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1세대 이커머스로 영향력을 키워온 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제휴처가 무수히 많았다는 점이다. 네이버페이, SSG페이, 해피머니 등은 물론이며 SPC그룹, 배달의민족, 요기요, 롯데마트, 커피빈 등 국내 주요 식음료 회사들의 상품권이 티몬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현재는 모든 입점사들이 티몬·위메프와의 제휴를 중단했지만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 과도한 할인으로 구매한 고객부터 제휴사까지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급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올초부터 내부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에서 재테크가 되면 다른 한쪽에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티몬이 대대적인 상품권 할인 판매에 나설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돈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사기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 상테크로 빨아들인 현금본격적으로 조짐이 생긴 것은 4월쯤이다. 4월 12일 티몬은 홈페이지에 ‘티몬캐시 페이코 전환서비스 한도 상향 조정’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티몬캐시(예치금)를 다른 서비스로 이전시키는 금액의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1회 전환 금액 △월 최대 금액 한도 모두 2배로 확대됐다.

동시에 티몬캐시는 10% 할인했다. 티몬은 그간 홈페이지에서 △1만원권 △3만원권 △5만원권 등을 판매해왔다. 이 가운데 5만원권은 ‘특별 할인 판매’라는 수식어를 붙여 10% 할인된 4만5000원에 판매했다. 5만원권의 최대 구매 수량은 10매다. 50만원어치를 45만원에 살 수 있다.
사진=티몬 홈페이지

이 금액을 페이코로 전환 유치하면 티몬 밖에서도 50만원을 이용 가능하며 이를 통해 5만원의 이득까지 보게 된다. 특히 페이코 포인트는 세금·공과금 납부와 40만 개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고물가 시대 체리피커(이익만 챙겨 옮겨 다니는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심지어 티몬은 지난 7월 10일 티몬캐시 페이코 전환서비스의 한도를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확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피머니, 컬쳐랜드 등의 문화상품권도 1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심지어 ‘선주문(예약 판매) 할인’이었다. 지금 구매하면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발송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그만큼 급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품을 구입했으나 배송되지 않은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환불은 토스페이먼츠, NHN KCP, KG이니시스 등 전자지급결제대행(Payment Gateway·PG) 업체가 담당한다. PG사들은 소비자 구제를 위해 우선 결제취소를 진행한 뒤 구상권을 청구해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관련대금을 받아낼 계획이었으나 이들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PG사 역시 손해를 볼 수 없는 입장인 만큼 환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고객 입장에서는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티몬과 위메프는 1세대 오픈마켓이자 고객들에게는 ‘할인’으로 익숙한 소셜커머스 업체이기 때문이다. 수십 개, 많으면 수백 개의 이용처에서 액면가 그대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10% 할인하는 것만으로 입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견적 비교 커뮤니티로 유명한 뽐뿌 등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최대 10% 할인 상품권 구매’가 꿀팁처럼 알려졌고 한번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일부 상품권은 삽시간에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올 상반기 다양한 상품권 또는 포인트를 ‘선착순 할인’이나 ‘특별 할인’, ‘프로모션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7~8%, 많게는 10%까지 가격을 낮춰 판매했다. 이렇게 들어온 돈으로 정산대금을 지급하며 시간을 끌어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진=티몬캐시 할인 판매 갈무리
◆ 정산주기 변경으로 자금 확보한 듯 상품권 판매 확대와 함께 정산주기를 변경한 것도 돈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산주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티몬이나 위메프에 돈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금 활용에 유리하다.

오픈마켓은 플랫폼이 판매할 공간만 대여해준다. 상품 품질, 배송, 재고 관리 등 모든 것은 입점한 업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고객은 각각의 셀러(입점 업체)가 아닌 플랫폼(티몬·위메프)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플랫폼에 돈을 지불한다. 플랫폼은 고객의 돈을 받아 입점 수수료, 판매 수수료 등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셀러에 전달한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말 갑자기 셀러들의 정산주기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했다. 정산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티몬은 매출 발생 후 최대 70일, 위메프는 최대 67일 뒤에 판매대금을 셀러에 지급한다. 수천만원을 판매해도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이커머스 업계의 정산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입점사, 소상공인과의 상생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주목받으며 쿠팡, SSG닷컴, 지마켓 등은 꾸준히 정산주기를 당겨왔다. 쿠팡은 현재 주 정산과 월 정산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주 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네이버와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매출이 잡히면 2일 안에 모든 정산을 완료한다. 요기요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정산주기를 기존 일주일에서 하루로 당겼다.

오픈마켓의 정산주기는 100% 직매입 또는 직매입 중심의 이커머스보다 더 짧아야 한다. 셀러들이 다음 달 장사를 위해 당장 사용할 자금이 없으면 고금리 대출을 받아 그 금액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늘려 정산대금을 활용하려 했다는 게 감독당국의 시각이다. 셀러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투자금으로 활용했다면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과 구영배를 위한 비인가 투자사로 이용된 셈이다.

이것도 부족하자 결국은 상품권 할인 판매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품권 할인 판매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정산대금을 지급하면서 위태로운 외발자전거 굴림이 계속 된 것은 지난 4월까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4월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문제가 터졌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손실을 보면서 상품권 판매로 확보한 자금으로 제품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해왔지만 이 균형이 어느 순간 무너졌다는 얘기다.

업계는 트리거가 된 사건이 미국 이커머스 위시 인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한 다른 국내 이커머스 인수와 달리 위시 인수 때는 인수금 일부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티몬·위메프가 추후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줘야 할 돈을 갖다 쓴 것으로 보인다.

구영배 대표는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위시 인수를 위해 유용한 자금은 400억원에 불과하고 한 달 내에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정산대금 지연 사태와 위시 인수자금은 관계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1조원에 달한다는 피해금액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업체는 최대 6만여 개에 달한다. 피해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3082억원, 8398억원 등으로 총 1조148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파악한 5월까지의 미정산 금액은 2100억원이다. 휴가철(성수기) 여행 상품이 다수 판매된 6~7월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전달 대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이 7월 초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해 티몬과 위메프는 남은 미정산금을 다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확한 정산 지연 피해액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티몬과 위메프 사태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 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답했다. 내부적으로 피해 잠정치를 파악했지만 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피해액을 당장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보고서 수치 자체를 유동성으로 보기 어렵기에 숫자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금액의 이슈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 상테크족도 울고 입점사도 울고티몬이 다양한 제휴처의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우선 해피머니아이엔씨(해피머니)가 직격탄을 맞았다. 티몬이 대량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이 온·오프라인에서 사용이 막혔다. 최근 빕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더플레이스, 매드포갈릭, 제일제면소, 딘타이펑, 스시로, 사보텐 등 여러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을 잠정 중단했다.

여기에 피자헛, KFC, 피자나라치킨공주 등 치킨·피자 프랜차이즈와 이디야, 뚜레쥬르 등 카페 프랜차이즈도 해피머니 사용을 금지시켰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피머니 상품권, 해피머니 스타 상품권, 해피21 외식레저상품권 등은 사용이 중단되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외식 브랜드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해피머니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공지한 상태다.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해피머니)는 최근 환불도 중단했다. 해피머니는 티몬으로부터 미정산 금액 중 일부 입금을 약속받고 환불을 진행해왔으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결정으로 더 이상 처리가 불가능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피머니는 7월 26일 공지사항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에 대한 환불 방법을 알리고 고객들의 환불을 지원해왔다.

해피머니는 7월 30일 “티몬이 사전 통지 없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사실상 남아 있는 모든 판매정산금의 수령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처리가 늦어지는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티몬과 큐텐에서 해피머니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자금도 묶이게 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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